1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영화 '인사동 스캔들'< 사진>의 진짜 주인공은 김래원 엄정화가 아니라 몽유도원도와 벽안도입니다. 이중 몽유도원도는 실존 그림이며 벽안도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상상한 가짜 그림인데요. 영화는 벽안도의 복원과 밀거래를 놓고 벌어지는 일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몽유도원도에 대한 것입니다. 현재 몽유도원도는 일본의 덴리대 박물관에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놓여 있는 몽유도원도는 복사본이지요. 극중 몽유도원도와 비슷한 가치를 가진 것으로 그려진 상상 속의 그림 벽안도는 밀거래 가격이 400억원까지 얘기됐는데, 몽유도원도를 값으로 환산한다면 얼마나 될까요.

국립중앙박물관, 고미술협회나 고화 감정 전문가들 등 각계의 얘기를 물어봤는데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국보급 유물의 값을 매긴다는 게 부담스러운 일인데다, 언젠가 일본으로부터 다시 들여올 가능성을 염두에 둘 경우 고가로 책정할수록 되레 좋을 게 없는 만큼 더욱 더 말을 아낄 수 밖에 없는 현실인 듯 합니다.

참고로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학예사는 외국 전시회를 위해 빌려준 국보급 유물들의 보험 가격을 알려줬습니다. 국보 182호인 금동여래입상은 15억원, 국보 87, 88호였던 금관과 허리띠는 각각 100억원과 50억원, 국보 106호 계유명아미타불입상은 30억원,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은 300억원으로 보험금을 산정했던 적이 있다고 하네요. 실제 거래가 보다 보험가는 더 비싸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한 감정 전문가가 몽유도원도의 1949년대 가격을 살짝 흘려줘 흥미롭습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949년 일본의 재일교포 미술상이 한국에 들어와 당시 종로의 집값과 맞먹는 60만원이라는 가격으로 새 주인을 물색했는데, 워낙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이다보니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고 하네요. 하는 수 없이 그림은 일본으로 되돌아갔고 이후 여러 사람의 손을 오가다가 덴리대가 구입하기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당시 누군가가 60만원을 쾌척해 이 그림을 샀다면 몽유도원도의 운명이 달라졌겠지요.

몽유도원도는 안견의 그림 중 유일하게 낙관이 찍혀 있는 걸작으로 1447년 안평대군이 자신이 꿈에서 본 풍경을 안견에게 말해 그림으로 표현하게 한 것으로 유명하지요. 안견은 이 그림을 3일만에 완성했다고 하는데요. 거기에는 안평대군의 제서와 시 1수를 비롯, 당대 20여명의 고사들이 쓴 20여편의 찬문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미술사적은 물론이고 서예사적으로도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는 얘기가 되지요.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 박물관 100주년 특별전'을 열면서 몽유도원도가 13년 만에 다시 고국을 찾습니다. 몽유도원도를 어떻게 하면 되찾을 수 있을까요. 하루빨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진품 몽유도원도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