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운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조선일보는 5월 13일자 경제섹션 6면에서 미국의 도시 오마하를 '미 중서부 소도시'라고 했다. 또 지난 9일자 A20면 기사에선 오마하를 '시골도시', '시골마을'이라고 했다. 기사에서는 미국의 거대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와 워런 버핏의 비중을 강조하기 위해 세계적 행사가 뉴욕, LA, 시카고 같은 대도시가 아닌 오마하에서 개최됨을 극적으로 나타내려는 의도로 이해된다.

하지만 미국 네브래스카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오마하를 시골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평균적 생각과 거리가 멀다. 인구 42만여명의 오마하는 단일도시 기준으로는 미니애폴리스, 호놀룰루, 세인트루이스, 피츠버그보다 인구가 많다. 인구 50만 이하인 유럽의 맨체스터, 니스, 리스본이나 호주의 캔버라 등의 도시들도 시골마을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농업이 중심 산업이며 인구밀도가 낮은 편인 미국 네브래스카 주에는 시골 즉 전원풍 마을들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미국의 도시들을 한국처럼 대도시 중심으로 서열화해서 보는 관점으로는 미국의 사회와 도시를 제대로 들여다보기 어렵다. 미국의 50개 대도시 중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수가 여섯 번째인 오마하를 시골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한국적 편견에 따른 것 같다. 거대도시에 대한 선호가 맹목적인 한국인의 도시관이 배어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한국의 도시들이 인구규모에 따라 공식 명칭에 특별시, 광역시의 계급장을 달고 있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심지어 서울에서 부산에 갈 때에도 "시골에 내려간다"고 표현하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언론은 용어 선택에서 사회적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시골이란 표현에 대해 오마하 출신인 전설적 명배우 말론 브랜도와 워런 버핏을 자랑하는 그곳 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