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 입가 주름까지 쫙쫙, 초특급 V라인 만들기" "5분만 투자하면 10년이 젊어진다?" "얼굴에 칼 안 대고 예뻐진다"…. 2007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페이스(face) 요가의 광고 문구들이다. 페이스 요가는 호흡과 함께 근육을 풀어주는 일반 요가의 원리를 얼굴에 적용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일본 페이스 요가 전문가가 국내 방송에 출연했다. 당시 출연자들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자극하고 혀를 최대한 길게 빼무는 동작을 5분간 따라 했다. 우스꽝스러웠지만 "눈이 커지고 입 꼬리가 올라갔다" "동안(童顔)이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페이스 요가, 과연 효능이 있을까?
시중에 나온 페이스 요가 책을 보면 '얼굴이 작아진다'는 것은 기본이었다. '사각 턱 갸름하게 하기''광대뼈 완만하게 하기''짧은 목 길게 하기' 같은 방법이 70가지도 더 된다. '오뚝한 콧날 만들기'는 양쪽 검지로 콧대 양 옆면을 지그시 누르길 반복한다는 식이다. 단, 열심히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국내에서 페이스 요가를 처음 개발했다는 '이지요가'측의 나은미 원장은 "매일 꾸준히 하면 2~3개월에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주름살 제거나 턱을 갸름하게 하는 데 특히 좋다"고 했다. 그는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자극하고 사용해 얼굴에 탄력을 주는 원리"라며 "뼈를 움직일 수는 없지만 처진 얼굴을 올리거나 벌어진 모공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고 했다.
정현교 성형외과 전문의는 "순간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만두면 도루묵"이라며 "얼굴에 지방이 많으면 효과가 두드러져 보일 수는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양 볼을 계속 문지르면서 'V라인'을 만들어준다는 '페이스 롤러'같은 미용 도구들도 "아예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효과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얼굴을 작게 만든다고 알려진 경락 마사지 전문 '이지슬림' 고경미 원장은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는 면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얼굴 이곳저곳을 섬세하게 잡아주려면 경혈(經穴)을 직접 손으로 자극하는 경락이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서울시내 요가 학원 중 페이스 요가 전문학원은 찾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학원에서는 "동작이 극소수라 단일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신 책을 보거나 한 강좌에 3만원 정도 하는 동영상 강의를 보고 따라 하라고 했다. 서울의 한 요가학원에서 만난 김숙경(여·38)씨는 "실제 얼굴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보다도 하고 나면 시원한 맛에 집에서 가끔 따라 해보는 정도"라고 했다.
경기도 시흥의 요가학원 강사는 "페이스 요가 한다고 30분씩 얼굴만 주무르니까 부기가 빠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붓더라"며 "일반 요가 수업이 끝난 후 한두 동작씩 부수적으로 한다"고 했다. 한국요가연수원의 이원흥 원장은 "TV에 나온 것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빼내는 동작은 전통 요가에도 나와 있는 '사자 체위'라는 것"이라며 "전통 요가에서는 인도 경전에 나와 있는 동작들만 효과가 입증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얼굴연구소 소장 조용진(59) 교수는 "앳된 얼굴을 미(美)로 보는 요즘 풍조가 작은 얼굴 열풍을 만든다"고 했다. 실제 '얼굴 등고선'을 분석해 보면 작은 얼굴을 어리게 본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눈부터 턱까지 11㎝ 이하가 되면 실제 나이보다 어리게 보인다"며 "얼굴 마사지나 기능성 화장품처럼 페이스 요가 역시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그 효능도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했다. 대한요가지도자협회의 이진경 원장은 "몸 아플 때 마사지 받으면 개운한 것처럼 페이스 요가도 안면 근육을 풀고 혈액 순환을 도와 인상을 좋게 만드는 정도"라며 "얼굴이 작아진다는 것도 크기가 아니라 근육을 조금 올려 붙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