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가이' 박용택(LG)의 방망이가 뜨겁다. 시범경기서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빠졌던 박용택은 재활을 거쳐 지난달 25일 부산 롯데전부터 1군에 합류했다. 이후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올시즌 9경기서 39타수 20안타로 타율 5할1푼3리, 13타점, 13득점에 홈런도 3개를 기록하고 있다. 1, 2번을 오가며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다. 특히 5일 잠실 두산전에선 톱타자로 나서 5타수 3안타(2루타 2개) 2타점, 2득점을 올리며 팀의 12대0 대승을 이끌었다. 박용택의 복귀 이전까지 LG는 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박용택 합류 이후 9경기에서 6승3패를 기록했고, 최근 4연승 휘파람을 불었다. 순위도 5일 현재 2위 두산을 1게임차로 추격하며 단독 3위를 마크중이다. 이제까지 박용택은 실력에 비해 과포장된 선수의 대표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올시즌 거품을 완전히 걷어냈다. 그 비결로 상황별 타격폼에 변화를 주는 '이원 타법'을 공개했다. |
▶상황별 맞춤 타법
박용택은 올시즌 상황에 따른 두가지 타법으로 상대 투수를 공략하고 있다.
#1
왼손 투수나 변화구 투수를 상대할 때와 볼카운트가 투스트라이크 이후로 불리해졌을 때의 타격법이다.
컨택트 위주의 타격을 한다. 스탠스를 넓게 하고, 오른쪽 다리의 움직임을 최소화 한다. 테이크백도 크지 않게 하면서 정확한 히팅에 신경을 쓴다. 왼손 타자인만큼 왼손 투수가 던지는 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짧고, 변화구 투수 역시 다양한 구질에 대한 대응이 빨라야 하기 때문에 간결한 스윙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노림수 보다는 여러 구질에 대처할 수 있는 이 타격법을 이용한다. 5일 두산 선발 정재훈이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투수이기 때문에 이 타격법으로 2개의 안타를 뽑아냈다.
#2
우완 정통파나 변화구가 많지 않은 투수를 상대할 때의 타격법은 달라진다.
구질을 보고 방망이가 따라가기엔 힘에서 밀린다. 따라서 스탠스는 정상적으로 편하게 위치한다. 대신 투수와 수싸움을 해 구질 하나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선다. 디딤발이 되는 오른쪽 다리를 살짝 뒤로 당겼다가 앞으로 갖다놓으면서 조금 큰 스윙을 한다. 힘에는 힘으로 대처하는 공식인 셈이다. 박용택은 류현진(한화)처럼 힘으로 던지는 왼손 투수에게도 이 타격법을 적용한다고 했다.
박용택은 "매년 타격폼이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다양하게 시도해봤다. 하지만 이젠 나만의 타격법을 정착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전에 좋았던 타격폼을 나름대로 익혔다"면서 "스프링캠프부터 이 두가지 기술을 꾸준히 익혔는데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가 말하는 박용택
전문가들은 박용택의 가장 큰 변화로 오른쪽 어깨와 왼쪽 팔꿈치를 꼽았다. 이전까지는 테이크백을 할 때 오른쪽 어깨가 안쪽으로 많이 들어왔다가 나갔다. 하지만 올시즌엔 오른쪽 어깨의 움직임이 많지 않고, 받쳐놓고 친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 여기에 예전엔 스윙때 왼쪽 팔꿈치가 열려서 돌아가는 일명 '치킨 엘보'였는데 요즘은 왼쪽 가슴에 붙여놓고 팔이 돌아가기 때문에 좋은 타구가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타구의 방향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박용택은 주로 잡아 당기는 스윙으로 우측으로 향하는 타구가 많았다. 그러나 올시즌은 타구가 외야 곳곳을 찌르고 있다. 특히 중견수를 중심으로 왼쪽, 즉 좌익수 방향으로 치우치는 타구가 많다는 점은 공을 끝까지 보고 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LG 김용달 타격코치는 "혼자서 공부를 많이 한 게 그라운드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두가지 타법을 잘 적용하고 있다는 것은 박용택이 한계단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