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88, 85kg. 충암고 출신. 2008년 2차 3순위로 두산 입단(계약금 7000만원). 별명은 '홍삼'.

2일 부산 롯데전서 치른 프로 데뷔전에서 깜짝 호투로 주목받은 두산 2년차 홍상삼(19)의 프로필이다.

호리호리한 체구의 무명 투수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선발 5이닝 동안 7개의 탈삼진을 곁들여 2안타 무4사구 1실점. 데뷔 첫 선발에서 올린 완벽한 승리였다. 직구는 평균 145km(최고 150km)를 유지했고, 이보다 10~15km 느린 스플리터는 직구처럼 날아오다 눈 앞에서 살짝살짝 고개를 숙였다.

전날 두산 에이스 김선우로부터 나란히 홈런을 뽑아내며 타격감을 살린 롯데 주포 가르시아 이대호 강민호가 낯선 투수의 씩씩한 투구에 맥없이 물러났다. 이대호는 헛스윙 삼진만 두차례, 가르시아 강민호도 삼진 세례를 피할 수 없었다.

파이어볼러 홍상삼은 제구력이 다소 불안한 투수였다. 미야자키 캠프 초기까지도 공이 높았다. 하지만 이날은 단 1개의 4사구도 없었다.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변화의 이유는 밸런스 향상에 있었다. 홍상삼은 "피칭할 때 얼굴이 돌아갔었는데 캠프에서 나쁜 습관을 없앴다"고 설명했다. 제구력을 갖춘 파이어볼러. 대형 투수 탄생의 조건이다.

강한 승부 근성도 예사롭지 않다. 홍상삼은 "전날 선우형이 가르시아와 이대호 선배한테 직구를 던지다 맞았으니 타이밍을 주지 말라고 조언해줬다"며 "어차피 피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면승부를 했다"고 말했다. 홍상삼은 충암고 시절이던 2007년 여름 덕수고와의 봉황기 결승전에서 9회말 우전 적시타로 동점을 허용하자 과감히 대시하지 않은 우익수를 원망하며 절규했다. 김동주 등 선배들의 놀림을 받았던 경기 동영상. 강한 승부근성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땜방' 홍상삼의 역투는 두산 벤치에 희망을 던졌다. 김선우 김상현 정재훈을 제외한 3,4선발이 구멍난 상황. 이승학의 허리 수술, 김명제 진야곱의 부상 2군행 등 악재의 연속이었다.

홍상삼의 호투에 윤석환 투수코치는 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광수 수석코치는 경기후 "에이스가 나왔네"라며 혀를 내둘렀다. 2년 연속 좌절된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선 확실한 선발 투수가 필요하다. 홍상삼이 부상 없이 시즌 내내 꾸준히 경험을 쌓는다면 의외의 복병이 될 수도 있다. 홍상삼의 호투가 벤치에 단순한 1승 이상의 희망을 던지는 이유다.

< 부산=정현석 조선닷컴 야구전문기자 and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