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는 21일 동성 간의 성 접촉을 미끼로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이모(44·노동)씨를 구속했다.
(조선닷컴 4월 21일 보도)
김모(37)씨는 올 3월 8일 강원지방경찰청을 찾았다. 이씨를 강제추행, 상습협박, 공갈, 상해미수 혐의로 고소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지난달 19일 춘천에서 이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이씨가 "성관계를 빌미로 협박을 하고 돈을 빼앗은 인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내성적"이라고 했다.
둘은 2005년 12월 서울 광진구 군자동 남성 휴게텔에서 처음 만났다. 김씨에게 이씨는 '첫 남자'였다. 독신인 김씨는 경찰에서 "주변의 동성애자를 몇 명 봤다"며 "어느 순간 동성애에 눈을 뜨게 됐던 것 같다"고 했다. 둘은 처음 만난 날 인근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이씨는 군 복무 시절 휴가를 나왔다가 우연히 찾은 남성 휴게텔에서 동성애에 빠져들게 됐다. 이씨는 전문대를 중퇴하고 인테리어사업을 했다. IMF 때 부도를 내고 빚더미에 올라앉자 휴게텔을 전전하며 일용직으로 일했다.
둘은 2006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했다. 100일 동안 공식적인 '연인'사이였다.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 김씨가 이씨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씨의 집착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씨는 극도로 소심한 성격이었다. 경찰은 이씨가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말을 심하게 더듬어 대화가 힘들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김씨에게만큼은 달랐다. 박상민 경장은 "김씨 휴대전화에는 강압적인 저음의 목소리로 협박 메시지를 수차례 남겼다"고 했다.
둘의 관계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김씨는 이씨의 연락을 피했다. 이씨는 "만나주지 않으면 동성애 사실을 가족과 직장에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협박은 2007년 초부터 올 3월까지 계속됐다. 이씨는 아예 거처를 원래 살고 있던 마포구 합정동 원룸에서 김씨가 사는 춘천으로 옮겼다.
동성애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꺼려한 김씨는 이씨의 요구에 순순히 응할 수밖에 없었다. 둘은 2007년 5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21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짧게는 2주에 한 번, 길게는 한 달에 한 번씩이었다. 이씨가 데리고 온 다른 남성을 포함해 세 명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씨는 "한번만 만나주면 동성애 사실을 말하지 않겠다"며 김씨를 불러내 성관계를 한 뒤 각서를 써줬다. 그러고는 "지난번 각서에 쓰지 않은 내용이 있는데 그건 주변에 알려도 되느냐"며 말을 바꿨다. 이씨는 "성관계가 싫으면 돈이라도 내놓으라"며 두 차례에 걸쳐 150만원을 빼앗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가 정신적으로 이씨에게 속박된 상태였을 것"이라고 했다. 165㎝ 정도 키에 왜소한 체격의 이씨가 180㎝ 정도 되는 김씨를 힘으로 강제 추행한다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춘천지법은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07년 6월 이씨는 자신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았다.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서 걸린 성병 치료차 들른 병원에서 에이즈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다. 서울 마포구 보건소의 방동현 주임은 "당시 이씨는 담담하게 자신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리면 김씨가 더더욱 만나주지 않을 것 같아 숨겼다"며 "에이즈를 전염시킬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6개월쯤 뒤 약을 먹는 이씨를 보고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지난 3월까지도 수차례 검사를 했다. 김씨는 에이즈 음성 반응이 나온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