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에? 혼~또?(진짜로)"

일본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 과장된 '에에?'를 바로 눈앞에서 보다니. 아야세 하루카(24)의 표정은 마치 '나 순진해요'를 외치는 듯했다. 곽재용 감독의 영화 '싸이보그 그녀'(5월 14일 개봉)를 촬영하다 코뼈가 부러졌다기에 "몇몇 한국 배우는 그럴 경우에 겸사겸사 코 성형 수술을 같이 하는 경우가 있더라"고 건넸더니 "보형물을 넣으면 늙어서 고생한다고 어른들이 항상 얘기했다"며 눈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순진한 척' 연기하는 게 아니라 '순수'란 단어에 가까워 보였다.

일본에선 '미녀 푼수'로 이름나 있다니 요즘 유행하는 '4차원 배우'엔 적격이었다. 3년 전 촬영차 뉴질랜드에 갔다가 '스파이'로 오인받아 공항 경비대에 붙잡혀 하루 종일 갇혀 있었다던 그녀 아닌가. 이런 '황당함'을 가졌기에 곽 감독 영화에서 맡은 '엽기적인 사이보그' 역이 그 어느 누구보다도 잘 어울린 게 아닐까.

“곽재용 감독님께서 손짓 발짓 하시며 말씀해주셔서 의사 소통에 큰 어려움 없었어요. 곽 감독님은 아이처럼 귀엽고 해맑으시더라고요.”일본 톱배우 아야세 하루카.

인기 드라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호타루의 빛'을 비롯해 영화 '매직 아워' '해피 플라이트'등에서 주연을 맡았던 일본 톱스타 아야세 하루카가 '싸이보그 그녀' 홍보차 한국을 찾았다. 29일 서울 리츠 칼튼호텔에서 만난 그녀는 "곽 감독이 연출한 '엽기적인 그녀'를 정말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이번 역할을 맡게 돼서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엽기적인 그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 이은 곽재용 감독의 세 번째 그녀 이야기로 평범한 학생 지로(코이데 케이스케)가 미래에서 온 사이보그와 만나 사랑을 나누는 러브 스토리다.

최근 일본의 각종 설문에서 '결혼하고 싶은 연예인 1위'를 차지하는 등 톱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그녀지만 그 흔한 '있는 척'이나 '신비주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본 연예계가 그렇듯, 월급을 받고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등 일반 '직장인'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제가 도쿄에서 4시간이나 떨어진 히로시마에서 태어났거든요. 어릴 때만 해도 도쿄같이 큰 도시나 연예계는 닿을 수 없는 구름 같은 존재였어요."

연예계 데뷔는 우연이었다. 지난 2000년 친구가 오디션을 본다기에 따라 구경갔다가 덜컥 붙어버린 것. "이쪽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할지 말지 혼란스러웠어요. 오디션에 붙은 3명이 함께 소속사 기숙사에서 합숙했는데, 저를 뺀 2명이 중간에 관뒀어요. 그 외에도 중도 하차한 친구들도 많았어요. 워낙 경쟁이 심했으니까 누구와도 가까워질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녀는 그때를 두고 "외로웠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그저 '예쁘고 착한 푼수'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어른스럽게만 보였다. "일이란 마치 부모님 같아요. 한마디로 나를 성숙하게 해 주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