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은 80년대 중반 대한민국을 사로잡았던 만화이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혼란과 격변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시기였고, 이 때 등장한 ‘까치’라는 캐릭터는 시대가 낳은 영웅이었다.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 이야기하는 주제에는 ‘사랑’도 물론 포함되겠지만, ‘희망’과 ‘꿈’이 바로 핵심이었다. 만화 속에서 밑바닥 인생을 살던 주인공들, 사회의 주류에서 소외된 아웃사이더들이 노력과 인고의 세월 끝에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는 모습은 우리들에게 늘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의지와 희망을 북돋워 주었으니까.
어느 시대든, 어느 순간이든 ‘희망’과 ‘꿈’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있을까? 1980년대의 ‘외인구단’과 ‘까치’가 2009년인 지금까지도 사람들 마음 속에 남아있는 이유는 아마 그것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우리들은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는 실마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외인구단’이 돌아올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드라마 ‘2009 외인구단’에 캐스팅 되었을 때, 원작만화를 다시 처음부터 백 번 넘게 읽은 것 같다. 막연히 남아있는 ‘까치’라는 캐릭터를 더 자세히 알고 싶었고, ‘외인구단원들’ 그리고 ‘엄지’, ‘동탁’, ‘현지’까지… 머리 속에서 하나의 이미지로 남아있는 그들의 모든 것을 다시 흡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원작을 여러 번 읽으면서 ‘까치’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강한 남자’를 넘어서는 매력을 지닌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까치’는 소년다운 순수한 모습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의 순박한 모습 그리고 가족과 주변인들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사람이었고 강하지만 부드러운 그리고 때로는 철없이 웃기기도 하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어머니 없이 자란 소년 시절에 생긴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자신에게 처음으로 따뜻한 손을 내밀어준 ‘엄지’라는 한 여자를 향한 순박한 애정이 드러나는 어린 시절의 모습은 순수하기 그지 없었다. 순박한 애정이 열정적인 사랑으로 변모하면서, 또 ‘야구’라는 동경과 꿈의 대상을 찾으면서 변모한 청년 시절의 모습은 ‘투지’와 ‘의지’로 무장한 강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2009년에 다시 찾아온 드라마에서도 ‘까치’의 사랑과 열정은 강하게 드라마를 관통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통할 수 있는 새로운 매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 원작에서의 지독한 사랑이, 좌절과 실패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까치’와 ‘외인구단’의 모습이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 것인지 나도 궁금하다. 시청자들이 기대해 주신다면 그에 보답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싶다.
어려웠던 시절에 희망과 꿈을 주었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지금도 모두들 어려운 시기라고 하는데 그래서 이 만화의 정신이 더 필요한 게 아닐까? 소외되었던 아웃사이더들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노력으로 승리를 일궈가는 ‘외인구단’의 이야기가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