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가 화성 행차 시 입었던 황금갑옷, 화성 축성의 비밀 거중기, 국내 2점밖에 없는 왕세자 유훈 교서….

세계문화유산이자 군사성곽의 결정체라 불리는 화성의 축성와 정조에 얽힌 사료가 한자리에 모인다. 27일 수원 화성박물관이 문을 여는 것. 이날은 정조가 즉위한 음력 1776년 3월 10일을 양력으로 계산했을 때 같은 날이기도 하다.

박물관은 부지 2만3173㎡,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에 화성축성실·화성문화실·기획전시실 등 3개 전시실과 야외 전시장을 갖추고 있으며 740점의 유물을 소장, 화성과 정조와 관련된 사료를 집대성했다. 그곳을 미리 둘러봤다.

화성 축성과 정조에 얽힌 사료가 한자리에 모인 화성박물관이 27일 문을 연다.

◆거중기·녹로 등을 실제 크기로 만나는 기회

수원화성은 1794년 착공돼 1796년10월 완공됐다. 둘레 길이가 4.2㎞, 성벽 높이가 7.75m인 성의 완공에 3년 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화성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가면 화성 축성 기간을 단축시킨 발명품들을 만날 수 있다. 거중기와 녹로, 유형거가 그것. 모두 정약용의 작품이다.

거중기는 좌우에서 15명이 줄을 잡아당겨 약 7.2t의 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다. 높이 11m의 위용을 자랑하는 녹로 역시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해 만든 일종의 크레인이다. 석재·적벽돌·목재 등을 운반하는 데 쓰인 유형거는 보통의 수레 100대로 324일 걸려 운반할 짐을 70대로 단 154일 만에 나를 수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야외 전시장에서 화성 축성 당시 쓰인 발명품을 실제 크기로 만날 수 있었다면 화성축성실에서는 화성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 수 있다.

둘레 길이 4.2㎞의 수원화성은 완공까지 3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이 정약용의 발명품인 거중기와 녹로, 유형거다. 위 사진은 녹로를 실제크 기인 높이 11m로 재현한 것.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 무거운 돌도 들어올릴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정조가 화성 행차 시에 입었던 황금갑옷이다. 남아 있는 기록을 통해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제작했다. 이외에도 화성 축성에 사용된 축성기법을 확인하는 모형과 화성 축성을 알려주는 '화성성역의궤', 화성유수 조심태에게 하사한 정조의 비밀어찰, 그리고 규장각과 화성박물관만이 소장하고 있는 정조의 문집인 홍재전서(弘齋全書) 완질본을 비롯한 여러 기록유산이 전시된다. 사도세자가 대리청정을 하면서 국왕을 대신해 관리를 임명한 국내 두점밖에 없는 왕세자 유훈교서도 볼거리다.

화성문화실에서는 1795년 윤 2월에 있었던 정조의 8일간 화성행차를 재현했다. 정조는 위민정책의 추진과정에서 화성행차를 단행하였고, 이 행차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백성들이 찾아왔다. 이를 보여주는 팔폭병풍에 그린 '화성능행도병(華城陵幸圖屛)' 모사도와 화성유수 채제공의 영정, 정조가 채제공에게 보낸 어찰, 필사본 번암선생집이 전시된다. 또 정조의 정예 친위부대 장용영의 복식과 무기를 전시해 당시 화성에 주둔했던 장용영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체험·교육 프로그램 운영

화성박물관은 개관일부터 오는 6월26일까지 약 2개월간 '정조, 화성과 만나다'라는 기획전을 열 계획이다. 화성 행궁과 장대에 있던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편액 14점을 비롯해 정조가 그린 매화도, 김홍도가 화성의 가을풍경을 그린 서성우렵도(西城羽獵圖)와 한정품국도(閒亭品菊圖), 도화서에서 그린 정조세자책봉의례도 등 서울대박물관 소장 그림 4점이 선보인다.

이외에도 박물관은 어린이·가족 체험교육은 물론 박물관 대학, 교원 연수, 자원봉사자 교육 등 성인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5월 12일부터 시작되는 박물관 대학은 오는 22일부터 1기 수강생 70명을 선착순 모집하며 오는 6월에는 '정조의 비밀어찰에 나타난 정조의 정치운영'을 주제로 개관기념 학술대회를 열 예정이다. ☎(031)228-4205

◆주변 놀거리도 많아

화성박물관을 관람했다면 주변에서 화성문화체험을 하는 것도 좋다. 화성박물관에서 10분쯤 걸어가면 조선시대 군사훈련장이었던 연무대가 있다. 이곳에서 국궁(전통 활쏘기) 체험을 할 수 있다. 30분 단위로 운영되며 국궁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과 기본 자세를 설명해준 뒤 활쏘기 체험에 들어간다. 1회 10발에 2000원이다.

국궁체험 후엔 화성열차를 이용해 화성의 주요 시설물을 관람해 보자. 임금이 타던 가마를 형상화한 화성열차는 연무대에서 화홍문·장안문·장안공원·화서문을 거쳐 팔달산까지 운행한다. 매주 월요일과 비 오는 날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어른은 1500원, 청소년 1100원, 어린이 700원이다. ☎(031)228 -4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