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현·2009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자

내가 근무하는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 중에 할머니와 사는 자매가 있다. 부모와 너무 일찍 헤어져서 얼굴도 모른다고 들었다. 그런데 자매 중 동생인 아이가 "언니와 함께 아빠를 만났다"는 말에 난 긴장부터 했다.

게다가 "언니가 아빠를 보고 울었다"는 말까지 듣고 나니 '어떻게 위로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밀려들었다. 그런데 울었다는 까닭이 엉뚱했다. "아빠가 못생겨서 언니가 울었어요." 듣는 순간 멍해진 느낌이 들었다.

처음 그 아이를 봤을 때가 생각난다. 밝고 활기찬 성격인지라 난 사정을 잘 알지 못하고 그 아이에게 엄마 이야기를 꺼냈다. 공부를 다 끝낸 문제집 검사를 받아오라고 한 것이다. 그러자 아이는 "저 엄마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당황한 내가 "그럼 아빠에게 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다시 이야기하자 "저 아빠도 없어요"라고 난처한 듯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의 난처해하던 모습은 내가 지레짐작했던 것처럼 슬픔 때문이 아니라 그저 선생님이 시킨 대로 할 수 없어서 지은 표정이었을 뿐이었다. 부모가 헤어졌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기에 그 아이는 아직 어렸던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한 해 이혼하는 부부가 16만쌍을 넘어섰고 계속 증가 추세라고 한다. 모든 아이들에게 부모가 있다는 가정은 어떤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 아이가 좀 더 자랐을 때 내가 문제집 검사 숙제를 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마음속이 서늘해졌다. 아이들에게 말할 때 좀 더 세심해져야겠다는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