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의 잘못 때문에 퇴임 뒤 죽도록 고생만 하고 추적을 받아 곤궁해진다."
'대통령 탄핵의 기획자'가 '주역(周易)'의 뜻풀이를 통해 '노무현 게이트'를 예언했다? 정치학자이자 동양고전 전문가인 황태연(黃台淵) 동국대 교수가 9개월 전에 낸 책에서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의 퇴임 후 몰락'을 예견한 듯한 부분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황 교수는 지난해 7월 출간한 '실증주역'(청계) 중 제36괘 지화명이(地火明夷·해가 진 어둠의 괘)를 해설한 부분(568쪽)에서 "어느 재야 역학자가 2002년 초에 노무현 대통령의 인생을 두고 점을 쳐 이 괘의 한 대목을 얻었다"고 했다.
이 대목은 '해가 뜨고 지는 하루 중 이른 아침인데, 날면서 날개를 드리우는 상이로다(明夷, 于飛, 垂其翼). 군자가 집을 떠나 떠돌도다(君子于行). 3일을 먹지 못하리로다(三日不食). 떠나가 있는 곳에서 주인의 말씀을 들으리라(有攸往, 主人有言)'는 내용이었다.(이상 황태연 교수 번역)
황 교수는 이 괘를 2002년 말에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고 했다. 인생운으로서는 의리상 밥을 먹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돌며 고생하던 중에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 점차 하늘 높이 비상해 나라나 집단의 정상에 등극한다. 그러다가 참언자를 중용해 저지른 실수로 인해 점차 추락, 밥을 굶을 정도로 고심하거나 밥을 먹지 못하고 요절한다.
사업운으로서는 일단 나아져 한동안 번창하지만, 번영기에 뿌린 불행의 씨앗이나 참언을 듣고 저지른 범법의 실수로 인해 점차 몰락해 간다. 마침내 관청의 추적으로 이리저리 전전하고 허덕이다가 부도를 맞거나 폐업하게 된다.
황 교수는 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생에 대입해 해설했다. 부산에서 두번 낙선하는 등 의(義)를 위해 녹을 먹지 않고 전전하던 중, 그것을 가상히 여겨 '바보 노무현'을 연호하는 '노사모'의 갑작스런 부름을 받고 경선과 선거에 연승해 나라의 제주(祭主)가 된다. 그러나 등극과 함께 386 참언자들을 중용해 국정을 망치고 물러나 몰락한다. 끝내는 대통령 시절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죽도록 고생만 하고 정치적으로 곤궁해진 가운데 권력을 잃는다. 황 교수는 여기서 "그의 말년은 관재(官災)와 여론의 비판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황태연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을 지내며 '정책 브레인'의 역할을 했고, 2004년 새천년민주당 부설 국가전략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무렵부터 '주역' 해석에 몰두하기 시작, 지난해 1000쪽이 넘는 분량의 해설서 '실증주역'을 내 화제를 모았다. 당시의 국내 상황에 가장 잘 들어맞는 괘로는 제59괘 풍수환(風水渙·바람과 물이 흩어짐)을 들었는데, 민심이 갑자기 흩어지는 시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정성을 다해 원래의 정체성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해석이었다.
황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책이 나올 때는 봉하마을에 관광 인파가 몰리던 시점이어서 노 전 대통령이 '몰락'이나 '곤궁'같은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을 때였다"며 "이제 노 전 대통령은 국내에서도 망명객이나 다름없는 처지로 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