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호출기(삐삐)는 휴대전화에 밀려 사라졌을까? 정답은 2만명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순수 호출용으로 2000명, 증권정보 이용자가 1만8000명이다. 순수 호출용 사용자는 의사, 군인과 특이하게 LG화학 직원들도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전자파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삐삐를 쓴다고 한다.

무선호출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리얼텔레콤은 2001년 SK텔레콤으로부터 사업을 인수했다. 당시 가입자는 10만명이었지만 2004년부터 적자전환했다. 리얼텔레콤측은 "호출기 소지자에 관해 신규 가입을 받을 뿐"이라고 했다. 무선호출기 대리점은 전국에 6곳으로, 여기서 가입과 해지가 가능하다.

현재 전국의 무선호출기 기지국은 250개다. 회사측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군 단위와 산악지역 등 경제성이 없는 곳을 축소하고 있다. 무선호출기 이용이 가능한 지역은 시 지역과 고속도로 주변지역이다. 지하철 구간에서는 수신이 안 된다. 이 회사는 "1곳의 기지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임대료 400만원에다 전용 회선비 100만원 등 연간 500만원이 드는데 가입자 감소로 연간 5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속도 정보를 제공하는 '교통정보 콘텐츠 사업'으로 손실을 만회한다고 한다.

정무상 무선호출 개발팀장은 "현행 통신법상 일방적으로 무선호출 서비스를 접을 수 없도록 돼 있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재난신호 등을 보낼 때 유익한 만큼 국가적 재난 망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1980년 모토로라가 개발한 무선호출기는 1980년대 중반 국내에 소개된 뒤 1990년대 들어 급속히 보급됐다. 1997년에는 가입자 수가 1500만명을 돌파하는 '신화(神話)'를 만들었지만 1998년 PCS사업의 시작과 더불어 휴대폰이 보급되면서 이용객들이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