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가 '축구종가'의 자존심을 내던지며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첼시 감독에게 고개를 숙였다. 축구의 위대한 연금술사라고 했다.
영국의 유력지인 텔레그라프는 21일(한국시각) 첼시를 잉글랜드 FA컵 결승에 진출시키며 트레블(유럽챔피언스리그, 정규리그, FA컵 동시 우승)을 꿈꾸고 있는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을 조명했다. "히딩크 사단이 손을 대면 모든 것이 금으로 변한다"는 네덜란드 출신의 아스널 공격수 반 페르시의 말을 인용, '히딩크 감독이 첼시에 미다스의 마법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과정만으로 잉글랜드 축구가 히딩크에게 큰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지난 2월2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애스턴 빌라와의 원정경기를 통해 EPL에 데뷔한 그는 13경기에서 10승2무1패를 거두고 있다. 첼시는 히딩크 감독 덕분에 새로운 팀으로 변모했다. 시즌 종료를 한 달여 남겨두고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FA컵 결승 진출 외에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4강에 올라있다. 또 정규리그에서는 맨유(승점 71), 리버풀(승점 70)에 이어 승점 67로 3위에 랭크돼 있다.
텔레그라프는 '히딩크 감독이 실종돼 있던 첼시 선수단의 사기, 체력, 방향을 불과 2개월 만에 부활시켰다'고 극찬한 후 '히딩크 용병술'을 조목조목 평가했다.
첫 번째가 전술적인 혜안이다. 아스널과의 FA컵 4강전을 예로 들었다. 신문은 '아스널이 경기 초반 플레이를 주도하자 히딩크 감독은 미드필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발락, 램파드, 에시앙의 위치에 변화를 줬다. 그 결과 아스널의 미드필드는 위력을 잃었고, 램파드가 2골을 어시스트했다'고 칭찬했다.
두 번째는 용병술이라고 했다. 드로그바와 말루다가 등장했다. 전임 사령탑인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 시절 두 선수는 세계적인 기량을 갖추고도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달랐다. 이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냈다. 특히 드로그바는 올시즌 12골 중 9골을 히딩크 재임 기간 중 터트렸다.
마지막으로는 체력적인 우위라고 강조했다. 퍼거슨 감독의 맨유와 비교했다. 맨유는 시즌 내내 이어진 살인적인 일정으로 요즘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이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선택과 집중적인 훈련으로 '후반전의 팀'으로 변모시켰다고 말하고 있다. 13경기 가운데 마지막 11분에 경기를 뒤엎은 것이 4차례나 될 정도로 집중력이 높아졌단다. 주장 존 테리는 "경기 후 이틀간 회복훈련을 한다. 예전에 비해 더 많이 쉰다. 하지만 훈련을 할 때 만큼은 모두가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히딩크 감독은 6월 첼시를 떠난다. 하지만 선수들의 생각은 다르다. 다음 시즌에도 남아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테리는 "우승컵을 하나, 둘, 혹은 세 개 모두를 거머쥐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우린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며 투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