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해마다 가을 의회 개원식에 참석해 연설을 한다. 여왕은 다이아몬드가 2868개 박힌 왕관을 쓰고 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궁으로 행차한다.
(본지 4월 6일자 보도)
영국 왕관은 찰스 2세(1660~1685·이하 재위기간)때 만든 '성(聖) 에드워드 왕관'과 조지 6세(1936~1952)를 위해 만든 '제국 왕관' 2가지다. 다이아몬드 2868개 등 3174개의 보석이 사용된 엘리자베스 2세가 쓰는 제국 왕관에는 무슨 비밀이 숨어있을까.
제국 왕관은 1714년 조지 1세(1714~1727)의 대관식부터 사용되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형태와 모양이 조금씩 변해 1838년 빅토리아 여왕(1837~1901)때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1937년에는 좀더 가볍고 착용하기 편하게 다시 제작됐다. 왕관은 1.1㎏으로 다이아몬드 2868개, 진주 273개, 사파이어 17개, 에메랄드 11개, 루비 5개로 장식돼 있다. 홍지연 동양대 보석귀금속학과 교수는 "왕관에 박힌 보석의 개수는 특별한 의미가 없고, 그 보석들은 왕가에서 전통적으로 즐겨 사용하던 것들"이라고 했다.
제국 왕관에는 사연있는 보석들이 많다. 왕관의 정면의 '컬리넌Ⅱ', 왕관 최상부의 '성(聖) 에드워드의 사파이어', 컬리넌 위에 있는 '검은 왕자의 루비', 왕관의 뒤편에 박힌 '스튜어트 사파이어'가 그것이다. '컬리넌Ⅱ'는 317.40캐럿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3106캐럿짜리 원석의 조각이다.
원석은 1905년 남아프리카 프리미어 광산에서 발견됐고 곧 영국 식민지였던 트랜스발 정부에 80만달러에 팔렸다. 트랜스발 정부는 이 보석을 영국 에드워드 7세의 66세 생일 선물로 보냈고 원석은 9조각으로 나뉘어 두 번째로 큰 컬리넌Ⅱ가 제국 왕관에 장식되었다.
'성(聖) 에드워드의 사파이어'는 1042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보석은 에드워드 참회왕(1042~1066)의 반지에 있던 것으로 1269년 참회왕을 이장(移葬)하는 과정에서 발견돼 왕실 보석으로 보존되었다. 이 보석에는 순례자들이 왕이 거지에게 적선한 반지를 돌려주며 왕을 칭송하고 왕의 죽음을 정확히 예언했다는 전설이 있다.
'검은 왕자의 루비'는 1367년 에드워드 3세의 아들인 에드워드가 스페인의 잔학왕 페드로의 왕위 복귀를 도와준 표시로 받은 보석이다. 에드워드는 사후 무덤에서 발굴되었을 때 검은 갑옷을 입고 있어 검은 왕자로 불린다. 헨리 5세(1413~1422)는 이 보석을 헬멧에 장식했고 보석 덕분에 적군의 도끼질에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스튜어트 사파이어'는 스코틀랜드의 알렉산더 2세(1214~1249)의 소유물이었으나 후에 영국으로 건너와 왕실 보석이 되었다. 1937년 제국 왕관이 재제작될 때 왕관 앞쪽에 치장된 스튜어트 사파이어는 컬리넌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왕관 뒤쪽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또한 성(聖) 에드워드의 사파이어 밑에 위치한 네개의 진주는 진주광(狂)이었던 엘리자베스 1세(1558~1603)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보석들과 왕관의 가치는 값으로 따지기 어렵다. 컬리넌을 제외한 네 가지 보석들은 공화정 시기에 상인들에게 팔렸다 왕정회복기에 다시 찾기도 했다. 홍지연 교수는 "왕관과 보석은 영국이 걸어온 역사와 문화, 왕들의 야망과 자존심이 응축된 문화적 자산으로 값을 매길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