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5월 말까지 두 달 동안 성매매 업소에 대해 특별 단속을 한다고 6일 밝혔다.

(문화일보 4월 6일자 보도)

경찰과 성매매 업주들의 숨바꼭질은 과연 끝날 수 있을까? 청와대 행정관 적발과 같은 '특이사항'이 있은 뒤면 어김없이 성매매 업소에 대한 단속 강화 방침이 내려지지만 특별 단속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경찰이나 성매매 업주들은 많지 않다.

오피스텔, 들어가 보기 전엔 모른다

일산에 있는 한 유리방 업소의 내부. 남성 손님의 방에 간이침대와 컴퓨터가 놓여 있다. 손님과 여성의 방 사이를 가르 는‘유리벽’이 보인다. 아래 작은 사진은 한층 대담해진 신종 유흥업소의 간판. 박국희 기자

"오피 한번 안 가실래요?" 14일 밤 일산의 '유흥 1번지'라는 고양시 장항동 일대를 찾았다. 오 부장이라는 40대가 "오피스텔에서 편안하게 연애 한번 하시라"며 다가왔다. 그는 "오피는 업소 아가씨들이 아니라 순수하다. 몸매 사이즈는 기본"이라며 "1시간에 12만원, 2대1은 16만원"이라고 했다. 거리 바닥에 '오피걸' '애인 모드'를 광고하는 전단이 수북했다.

2003년 이 일대 2만2000여㎡(6600평)에 6개 동의 쇼핑몰이 들어섰다. 주변으로 백화점, 극장, 패션몰 등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하루 7만여명이 찾는다. 관공서 주변에만 대형 오피스텔이 40여개, 1만5000여가구가 몰려있다. 안마방, 휴게텔 등의 간판을 내건 불법 성매매 업소만 60여개 이상이다.

강 실장이라는 30대 여성이 차를 몰고 왔다. 오피스텔은 중심 거리에서 5분도 안 되는 거리다. 교복 차림의 중고생, 장을 봐온 주부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강씨는 "이 시스템을 아시냐"며 "조용하고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4년간 단속 한번 없었다"고 했다. 결제는 100% 현금이다.

"청와대 행정관 일 터지고 나서 얼마 전부터 또 단속한다고 하더라고요. 차라리 손님한테 피해 안 가는 선에서 단속 한번 맞고 하는 게 속 편할 수도 있어요. 걸리고 나면 이후에는 뜸하거든요." 그는 "최하 3000에서 5000까지도 벌금을 때린다지만 큰 문제는 안 된다"고 했다.

198㎡(60여평) 오피스텔 내부는 곳곳에 커튼을 설치해 한 방에서 다른 방이 안 보이도록 했다. 그 점을 빼면 일반 가정집과 비슷했다.

'민지(25)'라는 여성은 "방 3개였던 내부를 개조해 5개로 만들었다"며 "우리는 광고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건물 부동산 업자는 "호수는 모르겠지만 그런 장사를 여기에서 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했다.

방 방 방…

일산경찰서 앞의 키스방. 빨간 입술이 그려져 있는 간판이 대로변 인도 한가운데 세워져 있다. 업주는 "법에 걸릴 게 뭐 있느냐"며 "우리는 합법"이라고 했다. 그는 "여기는 키스를 하는 곳"이라며 "상반신까지는 가능하지만 성행위를 하지 않기 때문에 떳떳하다"고 했다.

7개 방 중 한 곳에 들어가자 소파 하나가 놓여 있었다. 구강 청정액을 가지고 들어온 '지영(21)'이라는 여성은 "1년간 2번 단속이 있었지만 모두 그냥 돌아갔다"며 "유사 성행위를 하기도 하지만 여성이 직접 해주는 게 아니라면 걸릴 게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대로변의 한 유리방은 계단과 화장실에서부터 입구까지 CCTV가 빼곡했다. 업주는 "2만원의 입장료를 내면 여성을 불러준다"며 "그 이후에는 손님과 여성이 흥정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우리는 얼굴도 A급은 아니고 몸매, 나이 뭐 하나 내세울 건 없어요. 단지 전문 여성이 아니고 일반 가정주부들이 단기로 하는 알바라는 거, 그 재미를 아는 분들이 주로 찾아요"라고 했다.

방에는 컴퓨터와 간이침대가 있었다. 여닫을 수 있는 유리창이 방 한가운데를 가로막고 있었다. 옆방으로 여성이 들어왔다. 그는 "가격대별로 서비스가 다르다. 연애까지 가는 데는 15만원"이라며 "나갈 수도 있고 여기서도 가능하다"고 했다.

한 번은 맞아야 되는 게 단속

"'이빨'로 이기는 수밖에 더 있겠습니까?" 일산경찰서 관계자는 "일산의 모든 성매매 업소를 직원 5명이 관리한다"며 "청소년 사범도 많은데 모든 인력을 성매매 관리에만 신경 쓸 수도 없다"고 했다.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공포탄'만 업주에게 날린다는 것이다.

"증거 확보가 가장 어렵고 함정수사를 매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영업 정지 같은 행정처분은 우리 권한이 아니죠. 업주만 바뀐 채 금세 영업이 시작될 때면 허탈합니다."

수사비 조로 200여만원씩 나오는 분기별 예산으로는 그나마 검거 확률이 가장 높은 함정수사를 하기 힘들다고 했다. 화대(花代)도 만만찮은데 잠복하면서 쓰는 기름값, 밥값도 모두 이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로 신고가 여러 번 들어오는 업소를 중심으로 단속한다고 했다. 작년 한 해 업주와 종업원, 손님 등 성매매 사범 2588명을 30여개 업소에서 단속했다.

올 들어 오피스텔 성매매를 단속한 적은 없다. 신고 업종이 아니기에 몇 개 업소가 있는지 파악조차 힘들다. 그는 "어딘지도 쉽게 알 수 없을뿐더러 막상 문 따고 들어갔는데 오리발 내밀고 하면 돈 다 물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