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형태의 불륜을 '과격'하게 풀어놓으며 종종 거센 비판을 받았던 '부부 클리닉―사랑과 전쟁'. 그러나 이 시리즈가 실은 단막극이 사라진 한국 방송가에서 스타 작가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기 드라마 '내조의 여왕' 박지은 작가를 비롯, '태희 혜교 지현이' '강남 엄마 따라잡기'의 김현희 작가, '신현모양처' '장화홍련'의 윤영미 작가 등이 이 작품을 통해 주목받는 작가로 거듭났다.
이 시리즈는 우선 신진 작가들이 한국 드라마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통속성을 학습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공간이 됐다. 제작진에게 보내진 시청자 사연 위주로 극본을 쓰는 작가들은 현실 속 부부 사이에서 실제 발생하는 충격적 사건들을 접하며 간접 경험의 폭을 넓히기도 한다. 제작진은 "전체 479회 중 75%는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은 작가는 "드라마 한 편을 쓰기 전 10~20개의 시청자 사연을 읽게 되는데 너무 독한 내용이라 작품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친인척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륜 스토리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사건 전개가 빠르다 보니 시청자가 원하는 내용을 알기 쉽게 집약하는 능력도 생긴다.
김현희 작가는 "보통 3~4주에 한 편씩 드라마를 써야 하는데 매번 주인공 캐릭터·직업·설정이 바뀌기 때문에 순발력이 저절로 길러진다"며 "더군다나 요즘 '아내의 유혹' 같은 자극적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부부 클리닉―사랑과 전쟁'에서 얻었던 경험이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시리즈는 뜻밖에 시청률도 높다. 몇 년 전만 해도 항상 시청률이 20% 이상이었고 TV 드라마 시청률이 전반적인 하락세에 있는 요즘도 13~14%대를 지키고 있다. 10년간 이 시리즈를 연출한 곽기원 PD는 "시청률이 보장된 단막극인 데다 미니시리즈와 달리 외부의 압력도 거의 없으니 작가들로서는 자유로운 실험이 가능한 공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