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43)와 김옥빈(24). 두 배우를 만나고 나니 영화 '박쥐'가 더 궁금해졌다. 한 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이고, 또 한 명은 충무로가 주목하는 신예. 연륜에서 간격이 느껴지는 두 선후배가 당대의 스타일리스트인 박찬욱 감독의 신작에서 과연 어떤 앙상블을 만들어냈을까? 오는 30일 개봉하는 '박쥐'는 흥행요소가 많다. 박 감독이 10년전부터 기획해 송강호와 함께 준비해온 야심작이자 3년만의 신작이고, 독특한 뱀파이어 영화인데다 범상치 않은(?) 시나리오 등으로 이미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
살짝 줄거리를 들춰보자.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받고 뱀파이어가 된 신부(송강호)가 친구의 아내(김옥빈)와 치명적인 사랑에 빠져 남편을 죽이자고 공모하면서 예기치못한 상황에 휘말린다게 골격이다.
"뱀파이어 얘기 맞아요. 하지만 송곳니 나고 카리스마 넘치는 서양식 흡혈귀는 아닙니다. 흡혈 방식도 달라요.(목을 안 물고 어디를 무냐고 묻자 비밀이란다. 영화를 보고 확인하라는 뜻?) 뭐랄까, 고뇌하고 갈등하는…, 그래서 인간적인 뱀파이어지요."(송)
순수와 선의 표상인 신부가 어느날 갑자기 악의 화신인 뱀파이어가 된다. 여기서 감당할 수 없는 딜레마가 생긴다. 평범한 인간이 지닌 선악의 이중성이 극대화된 캐릭터가 탄생한 것이다. "선과 악을 거의 동시에 보여줘야 하는 난이도가 높은 장면이 많았어요. 쉽지 않았죠."(송)
"옆에서 (송강호의) 무시무시한 집중력을 보면서 정말 놀랐어요. 매 장면 하나하나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그게 저한테 전이되더라구요. 많이 동화되고 배웠습니다."(김)
까마득한 후배인 김옥빈은 대감독, 대선배와 함께 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자 행복이라는 눈치다.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눈이 휘둥그레졌다는 그녀는 "다른 여배우 주지말고 저를 주세요"라고 소리치며 바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옥빈이는 규정할 수 없는 기묘한 매력이 있어요. 언제든지 아메바처럼 변할 수 있는 유연성이 대단하더라고요. '박쥐' 이후가 더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김옥빈이 맡은 태주란 인물 역시 감정의 등락이 큰 캐릭터인데 어느 순간 스태프가 예상했던 선을 넘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기를 만들어내더라는 부연설명이다.
서로에 대한 칭찬을 잠시 접고 베드신으로 화제를 옮겼다.
"베드신이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죠(웃음). 하지만 그 장면도 다른 장면들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일부라고 생각해요"(김)
격렬한 베드신 못지않게 박감독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거침과 잔혹의 미학'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송강호는 "과거 작품들에 비해 농도가 많이 낮다"며 "불편하지 않고 부드럽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최고의 배우'란 찬사로부터 항상 무심해지려고 노력한다는 송강호. "'박쥐'는 결국 사랑이야기입니다. 단지 멜로식의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란 명제에 대한 독특한 탐색이지요"라며 "관객들로부터 '영화 한 편 잘 봤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바람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