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예술'과 '디자인'의 옷을 입고 있다. 보도블록이나 맨홀 뚜껑의 색과 모양을 예쁘게 바꾸거나 삭막한 회색빛 콘크리트 벽을 거대한 '그림 액자'로 만들고…. 빈집 등이 많아 슬럼가로 변하고 있는 고지대 주택가는 재개발보다 예술인촌 등으로 성격을 바꾸는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해운대구는 최근 관용차 색깔과 외관을 통일했다. 바다색을 근간으로 하면서 빨강, 주황 등 밝은 톤의 색이 섞여 있다. 해운대구는 또 환경미화원 옷 디자인도 산뜻하게 바꿨고, 가로등·보도블록·공사장 가림막 등 공공 시설물의 디자인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 디자인은 이달 말까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해운대구는 지난해 7월 아예 '디자인 조례'를 제정했다.

동래구가 추진 중인 온천장 테마거리 공공디자인 조감도. 물이 흐르고 달 모양 디자인의 가로등이 서 있는‘물빛 산책 거리’

동래구는 지역의 대표적 명소 중 하나인 온천장 일대를 확 바꾼다. '온천장 테마거리 공공디자인 사업'이다. 최근 밑그림을 완성했다. 온천장 거리 372m의 보도블록, 가로등, 길 안내판 등을 모두 예술작품급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소나무도 심고 상징조형물도 놓는다. 동래구는 또 온천장의 '온천'을 테마로 한 새로운 디자인도 준비, 16일 발표한다.

동래구는 이달 한달 동안 직원과 지역 내 광고물 제작자, 주민들을 상대로 '환경색채 디자인 교육'을 진행 중이고, 지난해 4월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 혁신교육'을 실시하는 등 디자인을 행정에 접목시키는 노력도 병행 중이다.

나무를 형상화한 상징조형물(사진 아래).

서구는 남항방파제 주변을 멋지게 바꾸는 '갈매기가 꿈꾸는 남항만들기'를, 부산진구는 전포동 돌산공원 어린이공원 공공미술 도입사업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이들 사업 역시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 벽화를 그리고 조명이나 안내판의 디자인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사하구와 중구는 아직 구상 단계지만 스케일이 좀 크다. 사하구의 경우 재개발하기도 만만찮은 감천2동 고지대를 그리스 산토리니마을처럼 멋진 색과 연륜을 가진 명소로 만든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조정화 구청장은 "재개발만 능사가 아니다"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되 예술의 숨결을 더해 놓으면 세계적 명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 김은숙 구청장도 비슷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달 31일부터 5월 20일까지 시민을 상대로 '공공디자인 공모'를 진행 중이다. 이 공모는 맨홀뚜껑·자전거보관대·음수대·보도블록 등 공공시설물과 건물 안내판·광안대교 로고 등의 아름다운 디자인 아이디어를 뽑는 것이다. 부산시는 또 남구 문현동 안창마을 전포동 쪽 진입로 양쪽, 연산동 로터리 19층짜리 신축건물의 30m짜리 지하철 연결통로 등에 그림을 그려넣고, 온천천 제방 벽면에다 대형 벽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 가게들의 셔터에 그림을 그려넣어 월 2회씩 문을 닫는 날 이 골목을 갤러리로 만드는 마술을 준비하고 있고, 서구는 이달 중 서대신동 문화아파트 옆 벽면에 동아대 회화과 학생의 자원봉사로 그림을 그려넣을 계획이다.

해운대구 이창헌 도시디자인팀장은 "해운대를 비롯, 부산이 새로운 디자인, 예술의 옷을 입고 있는 중"이라며 "새 도시 디자인은 도시의 이미지와 인상을 바꾸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도 바꾸어 행복도시, 명품도시로 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