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진은 유적이나 유물과도 같은 힘을 발휘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에 대한 엄연한 증거이며, 모호하고 복잡한 오늘을 이해하는 열쇠이며, 때론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있는 그대로의 역사이다.' (신수진. 2004년 7월 조선일보에 실린 '오래된 사진의 힘'이라는 칼럼에서)
새하얀 옷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다. 한 관람객이 최진실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심은하 장동건 원빈 김혜수 송강호 조재현 등 지난 10여년간 한국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얼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예술의 전당 V-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 '거울신화'다. 한국의 대표 사진작가 12명이 찍은 당대 톱스타들의 사진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연세대의 신수진 사진심리학 교수는 "스타의 얼굴은 동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라이프스타일이 그들의 사진 속에 표현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회 입구에 들어서면 최진실의 사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안타까운 자살로 세상을 떠난 고인은 사진 속에서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고 있다. 강영호 작가의 사진이다. 신수진 교수는 "사진을 찍을 때 사진 속에 설정된 인물들의 관계를 '진짜'인 것처럼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라고 설명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솔한 사랑이 느껴지는 영화 '파이란'과 '집으로'의 포스터 사진이 모두 강 작가의 작품이다.

전시물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다른 작가가 찍은 같은 배우의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진짜 좋은 배우, 진짜 좋은 모델'이 누구냐에 대해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카메라를 거울 삼아 순간순간 변화할 수 있는 배우가 정말 좋은 모델이라는 거죠." 신 교수의 설명이다.

전시장 한 쪽 벽에는 송강호와 유오성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안성진 작가의 작품이다. 그가 찍은 이병헌 황정민의 사진에서도 느와르 영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신 박사는 "안 작가는 남자를 가장 잘 표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강하면서도 도시적인 남성을 그려낸다. 그에게 '성적 취향이 의심된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중에게도 익숙한 이름의 조선희 작가는 장동건과 정우성 송혜교 장나라의 작품을 내놨다.

신 박사는 "화려한 배우들을 찍지만 그녀의 작품에선 어딘지 모르게 죽음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조 작가에게도 그런 얘길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자신의 첫 포트폴리오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것이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 속에 죽음이 하나의 화두가 됐던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20년 전 황신혜와 신인 시절 심은하 등의 사진은 구본창 작가의 작품이다. 신 박사는 "그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스라한 느낌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거울신화'전은 2007년 5월부터 전국을 순회했다.

① 김용호 작가의 렌즈에 담긴 김혜수는 음산한 매력을 뿜어낸다.
② 유오성 송강호는 안성진 작가의 손을 거쳐 도시적인 매력남으로 변신했다.
③ 전시회장 가장 안쪽에선 구본창 작가가 작업한 유호정 심은하 황신혜의 흑백 사진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권영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