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처럼 깔린 나무 바닥 위에 버스정류장처럼 투명한 비막이 지붕을 가진 벤치. 작은 잔디밭 사이로 맷돌처럼 생긴 돌로 놓은 징검다리. 주변을 뺑 돌아 들어선 사철나무, 황매화, 박태기나무.

인천시 남구 관교동사무소 4층 옥상 건물 모습이다. 마치 숲속 공원에 온 듯하다. 이 건물 2층의 주민자치센터에서 일하는 이은숙(46) 프로그램팀장은 "주민들이 틈틈이 옥상에 올라가 차도 마시고 얘기를 나눈다"며 "얼마 전에는 이곳에서 그림 전시회도 가졌다"고 말했다.

그저 딱딱하고 썰렁한 콘크리트 바닥이었던 이곳이 이렇게 바뀐 것은 인천시가 2004년부터 공공건물을 대상으로 벌여온 '옥상 녹화 사업' 덕이다. 건물 옥상에 나무를 심어 작은 숲을 만드는 사업이다. 인천시는 녹지를 늘리고, 시멘트 건물이 가득한 도심 특정 지역에 뜨거운 열기가 모이는 '열섬 현상'을 줄이기 위해 옥상 녹화 사업을 벌여왔다. 지금까지 인천시청 별관, 구월서초등학교, 계양구청 등 8개 건물에 3545㎡의 옥상 녹지를 만들었다.

공원처럼 꾸며진 인천시청 별관 옥상 정원.

이 사업이 민간 건물로 확대된다. 인천시는 지난해 처음 민간의 신청을 받아 일반 주택과 공장, 상가, 어린이집 등 36곳을 대상으로 정했다. 이들 건물에는 현재 초기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업비의 50%는 시가 지원한다.

시는 올해도 다음달부터 시와 각 구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민간 참여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신청을 하면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 사업이 가능한 곳인지를 확인한다.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건물이 옥상의 무게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구조안전진단을 하게 한다. 그 다음 공사방법을 정하고, 설계를 거쳐 공사를 시작하는데 이 과정을 구청이 계속 점검한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들어가는 돈은 우선 신청자가 내야하며, 시의 지원금은 공사가 끝난 뒤 정산을 해서 돌려준다. 이 사업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녹화사업을 할 수 있는 옥상 면적이 100㎡ 이상이어야 한다. 건축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조경을 해야 하는 면적은 대상에서 빠진다. 50%의 사업비 지원은 1000㎡까지만 해당된다. 1000㎡를 넘어서면 넘어선 면적만큼은 신청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 1000㎡ 이하여도 지원액은 최대 1억원이다.

또한 녹화사업을 벌인 곳은 준공 뒤 최소 5년 동안 그 기능을 유지해야 하며, 다른 용도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예산의 한계 때문에 신청자가 많을 경우는 여러 사람이 이용해 공공성이 높은 건물이나 공원녹지가 부족한 지역의 건물 등에 우선권을 준다.

이 사업은 도심 녹지를 늘린다는 좋은 뜻을 갖고 있으나 조성 뒤의 관리가 문젯거리로 지적된다. 관리는 사업주들이 각자 해야 하는데 이게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흉물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 공원녹지과 이병훈 담당자는 "이 사업에 참가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자신이 내야 하는 사업비 50%가 부담돼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조성 뒤에도 지속적으로 점검을 하고, 사업주들에게도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