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신나게 잘 노는 애가 누구야? 손 들어 봐!”
술에 취한 듯한 여성 손님이 소개를 마친 ‘선수’(남자 도우미)들에게 물었다. 선수들은 아무도 선뜻 나서질 못했다. 이 손님들은 일명 ‘진상’(골치 아픈 손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뭐야 여기 애들 관리가 왜 이래? 야 2번, 이 누나 옆에 앉고 거기 끝에 어색하게 웃고 있는 애, 내 옆으로 와.”
끝에서 억지 웃음을 짓고 있던 난 깜짝 놀랐다. 전날 한 번도 지명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날 ‘초이스’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잘 노는’ 선수를 찾는데 ‘완전 초보’인 내가 걸리다니 심장이 떨렸다. 다른 선수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여기 찾는 여자 손님들은 20대에서 40대까지 정말 다양해요. 노는 방식도 제 각각이죠. 정말 얌전히 이야기 나누고 술만 마시다 가는 손님도 있는 반면에 ‘진상’들도 많아요.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춤, 노래만 시키는 사람. 게임 해서 짓궂은 장난 하는 사람. 폭탄주만 수 십잔 먹이는 사람, 뭐 하다 보면 알 거에요.”
우리는 각자 손님 옆으로 가서 앉았다. 곧 웨이터가 술과 안주를 놓고 나갔다. 손님은 3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고, 옆 선수를 따라 했다. 술잔에 얼음을 넣고 홍차 캔을 따서 부었다. 이어서 스트레이트 잔에 양주를 따랐다. 옆 선수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야 너 쫄았냐!”
“네? 아 제가 막 잘 놀지는 못해서……”
“농담이었으니까 걱정 마. 우린 그냥 술만 먹어. 우리 같은 손님만 오면 좋을 걸.”
실제로 이 손님들은 노래 한 번 부르지 않고 술 마시고 이야기만 했다. 대신 선수가 조금이라도 비위에 거슬리면 욕설을 섞어가며 지적했다. 말 그대로 그들은 돈으로 남자도우미의 서비스를 산 것이었다. 자신의 말에 꼼짝 못하는 남자 도우미의 모습을 즐기는 것 같았다.
손님들은 언니, 동생으로 서로 부르는 서른 중반의 평범한 회사 동료였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술과 남자 도우미로 푸는 것이었다. 그들이 화장실에 간 사이, 화장실 앞까지 에스코트를 한 후 물 수건을 챙겨 대기하면서 다른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형. 우리 오늘 완전 재수 좋은데요. 쟤들 선수 불러 놓고 제대로 놀지도 못하는 애들이네요. 이제 적당히 술이나 더 마시고 나가면 딱인데. 말 들어주기도 힘드네요.”
“저렇게 얌전하게 놀다가는 손님들도 많아?”
“가끔 있죠. 보통은 노래 부르고 춤 추고 난리에요. 조용한 노래 부르면 스킨십도 좀 있고, 신나는 노래 부를 땐 분위기 팍팍 뜨게 화끈한 춤 춰줘야죠.”
다시 손님들과 룸으로 돌아왔다. 그녀들은 자기 직장 이야기와 동료, 상사 욕을 해가며 술을 마시다 돌아갔다.
같이 들어 갔던 선수에게 찾아오는 여성 손님들에 대해서 더 물어봤다.
“야한 게임을 많이 해요. 서로 터치하기도 하고, 적당히 스킨십 하는 기술이 필요하죠. 물론 말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2차’(성매매)를 요구하는 손님은 없어?”
“왜 없겠어요. 그런데 보통 잘 나가진 않아요. 정말 돈이 급하면 나가겠죠. 아니면 여자손님이 정말 맘에 들었거나. 전 아직 그런 건 안 해봤어요.”
대화를 하는 중에 앞 방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손님들이 크게 웃으며 다른 선수들과 나왔다.
“쟤들은 업소 애들이에요. 업소 뛰면서 번 돈을 여기에 가져다 바치는 거죠. 저런 애들은 짓궂은 경우도 있지만 맘만 잘 맞으면 신나게 놀 수 있어요.”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 층, 직업 층이 온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같이 들어 갔던 선수가 한 마디 더 했다.
“이 쪽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 같은 경우에는 낮에 주부들도 온대요. 남편 직장 보내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오는 거죠. 특별히 술 많이 먹고 지저분하게 놀지도 않는데요. 그냥 자기를 떠받들어 주는 ‘서비스’를 받고 싶은 거죠. 그런 손님만 있으면 우리도 편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