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의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1층에는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주)에서 운영하는 외국인전용 카지노가 있다.

세븐럭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점. 지난 8일 오후,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카지노에는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엔고 바람을 탄 일본인 관광객이다. 이곳에는 250명의 딜러 (남 80, 여 170명)가 근무하고 있고 이 중 가장 많은 고액 단골을 확보한 딜러가 최은주씨(28)다.

세븐럭 밀레니엄서울힐텐호텔점의 베테랑 딜러 최은주씨가 룰렛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최씨에게는 하루에 1억 이상 베팅하는 10여명의 외국인 VIP 단골 고객이 있다.

▶실수가 없는 '무결점 딜러'

최씨를 찾아오는 10여명의 단골손님들은 하루에 1억 이상을 베팅하는 부호들이다. 일본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최근들어 씀씀이가 커진 중국인도 있다. 이들 고액 자산가들이 최씨를 찾는 이유는 신뢰감 때문이다. 최씨는 올해로 딜러생활 6년차의 베테랑.

카드 숫자로 승자를 정하는 바카라와 블랙잭, 그리고 회전판 번호를 맞히는 룰렛게임 등에서 VIP 고객들은 한 번에 300만∼400만원의 고액을 베팅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거액이 오가는 게임에서 딜러가 돈 계산을 잘못하는 등 작은 실수라도 한다면 '판'이 깨질 수밖에 없다. 최씨는 유연한 손놀림과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셈으로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있다.

VIP들이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표정관리를 잘하는 것도 최씨가 '딜러의 꽃'으로 자리잡은 원동력이다.

최씨 단골 중에는 하룻밤에 2억원 가량을 잃는 이도 있다. 또 반대로 서너시간만에 2억원을 따는 단골도 있다. 거액을 잃은 고객과 딴 고객의 기분은 극과 극을 달릴 수 밖에 없을 터. 최씨는 같은 자리에서 표정을 달리해 가며 '대박'을 맞은 고객을 향해서는 같이 기뻐해주고 '쪽박'을 찬 고객에게는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최씨는 "돈을 많이 잃은 고객 중에는 '짜고 치는 것 아니냐'며 버럭 화를 내는 경우도 있어 표정관리 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딜러라고 무조건 돈을 따는 것도 아니다. 최씨는 "카지노 게임의 승패는 대부분 운이 좌우한다. 나도 하루 8시간 근무를 하면서 2억원 가량을 잃는 날도 있다. 그런 날에는 퇴근하면서 기분이 착잡하다"고 했다.

▶"고스톱도 몰라요"

최씨는 아직 고스톱 치는 방법도 모른다. 지난 2004년 2월 대학(단국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딜러로 취직할 때까지는 '타짜 세계'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고스톱은 물론이고 포커 게임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입사후 5개월여간 출근 후 밤 10시까지 혹독한 '타짜 수업'을 받은 이후 최고의 딜러로 성장해왔다.

최씨는 "단골 손님이 몇명 있지만 매일 다른 손님들을 상대해 직장생활을 하면서 지루함을 모른다. 고액 베팅가들과 모험 승부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일단 직장을 벗어나면 카드 게임 등과는 거리를 두고있다. 친구들이 "한 수 가르쳐 달라"고 졸라도 모른 체 한다. 카지노 게임은 직업으로만 하기로 했기 때문.

최씨는 "3년 전 마카오로 일주일간 연수를 가서 처음으로 개인 돈으로 카지노를 했다. 잃은 날도 있고 딴 날도 있는데 돌아올 때는 100만원 가량을 땄다"며 웃었다. 하룻밤에 딜러로서 2억원을 따기도 하는 최씨의 연봉은 4000만원 정도. 일정액의 기본급에다 손님들이 주는 팁을 모아 직원들끼리 배분한 수입이 더해진 액수다.

아직 싱글로 결혼 후에도 딜러생활을 계속할 계획인 최씨는 "서비스 마인드가 있고 외국어 능력을 갖춘 여성이라면 도전해 볼만한 직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