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게이샤.

일본의 천년 고도(古都)이자 관광산업으로 먹고사는 교토(京都)는 요즘 밀려드는 관광객들이 반갑지만은 않다. 가장 일본적인 것을 구경하고자 하는 서구 관광객들의 방문이 매년 늘어나는 것까진 괜찮다. 하지만 일부 관광객의 몰상식한 행동으로 게이샤(藝者·일본의 전통 기생)들이 불편을 넘어 신변의 위협까지 느끼는 상황이라고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이 7일 보도했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관광객들은 요정 밀집지역인 교토 기온(祇園)지역 길가에 잠복해있다가 게이샤가 나타나면 카메라를 들이대며 게이샤를 에워싸곤 한다. 관광객들은 아예 게이샤들의 진로를 방해하며 소매를 잡아끌기도 하는데, 이 바람에 게이샤가 땅바닥에 넘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심지어 게이샤들이 일하는 요정이나 정원에 무작정 쳐들어와 셔터를 눌러대는 관광객들도 있다. 특히 어린 마이코(舞子·견습 게이샤)들이 이런 일을 자주 당하자 주민들은 "육체적 추행이나 다름없다"며 분개한다. 사에코(16)란 이름의 마이코는 "연회장으로 가다가 누가 머리채를 잡아당겨 혼비백산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교토 관광국이 최근 웹사이트에 "제발 마이코의 사생활을 존중해주시고 길거리에서 마이코들을 쫓아다니거나 기모노에 손대지 말아 주십시오"란 경고문을 게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주민들은 방범순찰대를 조직해 관광객들로부터 게이샤를 보호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관광객들의 몰상식한 행동이 게이샤와 마이코를 관광상품으로 오해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마메하루란 이름의 마이코는 "우리는 디즈니랜드의 미키마우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