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는 국내외 여성 운전자들의 주차 실패 현장만을 모은 동영상 '못 말리는 김여사' 시리즈가 인기다. 100% 여성 운전자라고 확신할 수 없지만, 황당한 주차 상태를 보고 "김여사가 주차했나"라는 식의 댓글까지 달리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황당 운전의 주인공을 '여성'이라고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일리 있고 또 어찌 보면 터무니없다. 여성운전자 1000만명 시대. 전체 운전자의 40%를 차지하건만 여성들의 운전 실력은 왜 두고두고 논란의 대상이 되는 걸까.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여자는 원래 운전을 못한다?

'여성이 운전을 못한다'는 주장은 '여성과 남성의 두뇌에 차이가 있다'는 뇌 과학에서 출발했다. 1974년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너 매코비(Maccoby)와 캐럴 재클린(Jacklin)이 '성차의 심리학(Psychology of Sex Difference)'이란 보고에서 '여성은 언어능력이, 남성은 시각적·공간적·수학적 능력이 뛰어나다'고 발표하면서다.

'브레인 섹스'(북스넛)의 저자이며 유전학 박사인 앤 무어 역시 "남녀의 가장 큰 차이는 공간지각능력"이라면서 "남성은 어떤 사물의 모양과 위치, 배치와 비례를 머릿속에 정확히 그릴 수 있는 능력에서 여성을 압도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이 운전, 특히 후진 주차에 서툰 이유는 바로 '공간지각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

서울대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남녀의 뇌 기능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어떤 상황을 지각해 순발력 있게 신체를 움직여 협응하는 능력에서 남성이 앞선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는 더 안전하게 운전할 뿐?

하지만 "운전은 개인차일 뿐 성차(性差)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많다. 부산대 심리학과 이재식 교수는 "운전은 공간지각능력이 아니라 '안전에 대한 남녀의 서로 다른 반응기준'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들은 확실히 안전한 공간이 주어져야만 주차를 시도하지만 남성들은 거의 부딪히는 상황이라도 주차를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따라서 운전은 '잘한다, 못한다'가 아니라 '안전하게 한다, 불안전하게 한다'로 설명해야 타당하다는 것이다.

충북대 심리학과 이순철 교수는 "여성들의 운전이 서툴게 보이는 것은 여성의 운전 역사가 남성에 비해 짧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0년 전만 해도 한국의 여성 운전자는 지금의 10분의 1인 100만명에 불과했다. "초보운전자 중에 여성이 많기 때문이지, 남성도 초보인 경우 미숙하긴 마찬가지"라는 것.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남녀의 생물학적 뇌에 특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후천적 환경에 의해 그 차이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빨리빨리'교통문화가 만든 편견?

도로교통공단 신용규 수석연구원은 여성 운전자들의 '곧이곧대로'식 운전 태도가 편견을 야기한다고 말한다. "경고등(노란불)이 들어와도 교통 흐름에 맞게 속도를 내어 지나가줘야 할 때가 있는데 많은 여성들이 급정거를 하거나 교차로에 멈춰 서서 위험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것.

차선 변경도 비슷하다. "이번 교차로에서 좌회전에 실패했으면 다음 기회가 올 때까지 일단 주행해야 하는데 굳이 이번 교차로에서 해야 한다며 멈춰 서 있는 경우가 많지요. '길은 어디로든 나 있다'는 여유를 가지고 대범하게 운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연합'의 임기상 대표는 "남성 운전자들은 공격적이고 조급한 반면, 여성 운전자들은 섬세하고 안전지향적인 편"이라면서 "여성 운전의 특성을 이해해 도로에서도 서로 배려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성 운전자 TIP

▲불안한 마음에 의자를 앞으로 당겨 핸들을 바짝 잡는 운전자세는 시야를 더 좁게 한다. 핸들은 팔의 각도가 120도 되게끔 완만하게 잡고, 양손의 각도도 10시10분(또는 9시15분) 정도로 잡아야 시야를 넓게 보며 주행할 수 있다.

▲차선 변경은 초보 운전자들이 겁내는 대목 중의 하나. 신호를 먼저 넣고 속도를 내면서 70~80m의 여유 거리를 두고 완만하게 변경해야 한다.

▲운전하면서 화장 고치는 여성 운전자는 남성 운전자들의 '밥'. 자동차 안에 액세서리를 많이 다는 것도 운전에 방해된다.

▲여성도 자동차라는 기계 자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타이어 교체·엔진오일 교환방법쯤은 알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