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아 1991년 1~2월에 태어난 '빠른 91년생' 대학 신입생들이 곳곳에서 대학가 술집들과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똑같은 대학 신입생이라고 해도 1990년생은 자유롭게 술·담배를 할 수 있는 반면, 1991년생은 청소년보호법이 정하는 청소년에 해당돼 술집 등의 출입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올 한 해 동안 이들이 주점이나 나이트클럽에 드나들거나 술·담배를 구입하는 것은 모두 '불법 행위'인 셈이다. 빠른 91년생 신입생은 올해 전체 대학 신입생 중 20% 정도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빠른 91년생들의 불평불만이 곳곳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 연세대 신입생 박모(여·18)씨는 지난달 초 학과 신입생 환영회가 열린 술집에서 쫓겨났다.

1991년 1월에 태어난 박씨는 선배들의 충고에 따라 단속에 대비해 다른 사람의 신분증까지 빌려 갔지만 "주소를 외워보라"는 주인의 말에 꼼짝없이 걸렸다. 박씨는 "동급생이 10명 넘게 갔는데 나 때문에 몽땅 자리를 옮겨야 했다"며 "12월 말에 태어난 친구는 당당하게 술을 마시는데 한 달 늦게 태어난 나는 이렇게 마음을 졸여야 하다니 억울하다"고 했다.

대학가 술집 주인들은 "사정은 잘 알겠는데 우리도 처벌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적발된 술집은 2개월 영업정지다. 주인은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신입생들은 술집 주인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술을 마시기 위해 온갖 꾀를 낸다. 서울대 신입생 이모(18)씨는 "술을 마실 때는 친구들이 미리 잡아놓은 자리에 슬그머니 끼어들었다가 신분증 검사를 할 낌새가 보이면 화장실로 도망간다"고 했다. 한 한양대 신입생(18)은 "얼굴이 비슷하게 생긴 친구의 신분증을 빌려가곤 한다"고 했다.

빠른 91년생들을 가려내기 위한 대학가 술집 주인들의 꾀도 만만치 않다.

[서울]

창천동의 S술집 주인은 "얼굴이 조금이라도 신분증과 달라 보이면, 학번과 주소를 외워보라고 한다"고 했다.

인근 포장마차 매니저 김모씨는 "주민등록증 표면을 살짝 깎아내고 생년월일을 바꾸는 학생들까지 있다"며 "정 의심스러우면 아예 주민등록번호를 인터넷으로 조회해본다"고 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해마다 3월이 되면 '1~2월생도 청소년에서 빼달라'는 민원이 쏟아지지만, 민원을 들어줄 계획은 없다"며 "2008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기준이 1월 1일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앞으로 10년쯤 지나서 이들이 대학 신입생이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