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칭찬할 때는 말로 표현하지만, 비난은 불쾌하다는 식의 태도로 표시해라. 비난을 말로 퍼부으면 유치한 느낌이 들고 잔소리꾼이라는 딱지가 붙으니까."
《소설 갑신정변》 《그 남자의 아들, 청년 우장춘》 등 묵직한 주제의 장편소설을 펴냈던 작가 이남희(51)가 뜻밖에 경쾌한 신작 장편 《연인이 되는 절차》(텐에이엠)을 냈다. '이남희의 실용연애소설'이란 얼핏 천박해 보이는 부제까지 붙인 새 작품에 대해 작가는 "요즘 30~40대 여성들이 소녀시절 읽었던 로맨스 소설에 연애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결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지난해 가정법률상담소에서 '싱글 여성을 위한 인간관계' 강의를 하면서 많은 여성을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 '왜 예쁘고 똑똑한 30대 여성들이 연애에 성공하지 못하는가'란 화두를 붙잡은 작가는 서울 강남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4명의 여성이 나누는 대화 형식을 활용해 2000년대 한국의 여성 연애 풍속도를 그렸다. 특히 안정된 직업이 있는 30대 미혼남을 찾지 못해 나이만 먹어가는 '30대 골드 미스'들을 겨냥한 소설이다.
작가는 남자와 사귀는 여자를 ▲맹물과(너무 심심해서 도전거리가 안 되지만 남자가 아쉬울 때 '땜방용'으로 삼는 여자) ▲공주과(결국 남자로부터 '넌 내게 과분해'라는 소리 듣고 차이는 여자) ▲열팬과(남자에게 열렬한 팬처럼 매달리면서 동시에 엄마처럼 잔소리하는 여자) ▲여우과(남자의 기를 살려주면서 동시에 남자로부터 존중받는 여자)의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작가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능력 있는 30대 여성일수록 여우가 돼야 한다"면서 "남자들은 공주도, 엄마도 싫어하지만, 무던한 '곰'처럼 느껴지는 여자를 좋아하는데, 여자들은 그런 여자가 바로 진짜 '여우'라는 것을 안다"라고 말했다. 여우 같은 여자는 연애할 때나 결혼해서도 남자에게 긴장을 주면서 로맨스를 지속시킬 줄 안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미혼이 아닌 '비혼(非婚)'이라면서 나이 오십이 되도록 혼자 사는 선배 언니는 작가의 분신이다. "결혼을 하면 남자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싫다"고 그 언니는 말한다. 작가는 "내가 수많은 연애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 연애를 '폐업'할 때가 되자 깨달은 것을 후배 여성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어 잔소리꾼처럼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