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로서의 경찰 위신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민생 치안을 책임져야 할 경찰관이 오히려 치안을 '위협'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경찰 조직 전체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3월 21일 보도)

서울 지하철 1호선 대방역 근처 경찰학원에서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 수백명이 건물 밖으로 몰려나왔다. 대부분 운동복에 슬리퍼 차림이다. 학원 10여개가 몰려있는 노량진과 대방동 일대의 경찰공무원 수험생은 5000여명이다. 왜 그들은 경찰이 욕을 먹는 상황에서도 경찰이 되려는 걸까.

1일 경찰공무원 시험준비생이 올해 경찰공무원 제1차 공채 경쟁률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마감된 공개채용에서는 남자 경 찰에 2만5248명, 여경에 7925명이 지원해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성민 기자

경찰공무원 지원율은 높은 편이다. 지난 31일 접수 마감한 2009년 남자 전·의경대체인원 1차 공채에서는 2만5248명이 몰렸다. 966명을 채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2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들은 경찰에 지원하게 된 이유로 안정성을 꼽았다. 안모(25·1년 준비)씨는 "욕도 많이 먹고 힘들다고 하지만 '철밥통' 아닌가. 남자를 많이 뽑는다는 점도 유리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한 여성 지원자는 "육아휴직하고도 복직할 수 있는 직장은 아직까지 몇 군데 없다"고 했다.

경찰공무원은 군대에 다녀온 남자가 합격했을 때 기본급으로 99만4700원을 받는다. 야간작업, 시간외근무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평균 160만원 정도를 받는다. 실업자 김모(28·7개월 준비)씨는 "경찰 봉급이 박봉이라고 하는데 지금 경기 상황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모(30·1년 준비)씨도 "1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나온 후 주변에서 '정직하고 바르게 살면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이라고 권유해 경찰공무원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며 "일단 경찰에 들어가서 정직하게 살면서 가늘고 길게 하고 싶다"고 했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중 70% 정도는 전·의경 출신이다. 전경 출신인 이모(27·1년 준비)씨는 "추위가 가시지 않은 봄 밤에 지구대 경찰관과 함께 순찰을 돌다 치매 걸린 할머니를 댁까지 모셔다 드린 적이 있다. 그때처럼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지원했다"고 했다. 최홍규(24)씨는 "2007년에 의경으로 FTA반대 시위를 막으러 나간 적이 있는데 그때 우리 앞에서 분신(焚身)자살을 한 사람이 있었다. 내가 직접 소화기로 불을 껐는데 안타깝게도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경찰을 지원했다"고 했다.

여경의 경쟁률은 항상 높다. 여경 40명을 뽑는 이번 공채에서는 7925명이 몰려 19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모(여·27·2년 준비)씨는 "2년 동안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다 보니 포기하기 힘들다. 어느새 나이도 많아져 일반 기업에 취직하기도 불리해 그냥 계속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박모(여·28·2년 준비)씨는 "몇 년 동안 여경만 지원하다 막상 다른 곳에 취업하려면 막막한 경우가 많다. 나이도 많고 취업관련 다른 스펙들을 전혀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계속 공부하고 있는 여자 장수생도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