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는 2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67·구속)씨가 2005년 4·30 재보선 직전, 박 회장의 돈을 이정욱(구속) 당시 열린우리당 김해 갑 후보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건평씨가 재보선 선거운동 기간인 4월 20일 박 회장으로부터 라면 박스에 든 현금 2억원을 직접 받아 김해관광호텔 앞 주차장에서 이 후보에게 전달했으며, 선거일을 이틀 앞둔 28일에도 똑같은 방법으로 박 회장 돈 3억원을 이 후보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건평씨가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기는 처음이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갑 선거구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시 열린우리당 김맹곤 후보가 당선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었던 지역이다.
건평씨는 '선거 자금 배달' 과정에서 남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주거지 인근인 김해시 봉하마을 뒤편 저수지 옆에 있는 자재창고에 차량을 주차한 뒤, '라면 박스'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자재창고 주차장은 건평씨가 농협이 세종캐피탈을 인수하도록 힘써주는 대가로 3억원을 받은 장소였던 것으로 지난해 말 대검 중수부 수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은 한편 박연차 회장이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현역의원 등을 이번 주말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인사로 언론에 거명된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측은 "10년 넘게 박 회장을 만나거나 돈을 받지 않았으며, 검찰이 소환통보한 일도 없다"면서 "허 의원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지역구에서 경쟁하던 사이인데, 노 전 대통령 후원자인 박 회장이 왜 돈을 주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