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성상납 관행이나 스폰서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보고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세계일보는 19일 5년 동안 연예계에 몸담았다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이메일과 육성 고백을 통해 증언한 연예계 성상납 관행과 스폰서의 실체를 실었다. 이 여성은 "(성상납이나 술접대)를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나가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스폰서 제의를 받고 망설이던 친구들도 이제는 그들을 만나는 것에 프라이드를 갖고 즐긴다"고 밝혔다.
다음은 세계일보가 보도한 육성고백 전문.
나는 지난 5년 간 영화, 드라마, 케이블 방송, CF 등에 출연했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모델 에이전시와 연예기획사를 찾아다니며 오디션을 보고 케이블TV나 잡지 촬영을 하며 연예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나에게 지긋지긋하게 접근해온 사람들은 돈과 명예, 권력을 가진 남자들이었다.
기획사에서 연기 지도나 각종 레슨을 받다가 한동안 다음 레슨을 잡아주지 않거나 일을 안줘 쉴 때가 있다. 이럴 때 기획사에서 “오늘 중요한 사람과 저녁을 먹는데 나올 수 있냐”고 하면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나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자리에 나가 만나는 사람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광고회사 간부, 투자자 등이다. 신인은 캐스팅 단계까지 가지 않은 이상 방송사 국장이나 PD를 사석에서 만나기 힘들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기업 사장부터 재벌 2세, 정치인들이었다. 나이는 4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이었고 주로 청담동 고급식당이나 강남의 5성급 호텔, 텐프로 술집이나 와인바에서 만났다.
술자리에서 처음 본 00그룹의 사장 B가 지인을 통해 따로 만자나고해서 저녁식사를 한 번 했다. 그는 식사 후 집 앞에 내려주며 ‘혹시 이런 거 줘도 실례가 안되나? 내 작은 성의니 받아줬으면 좋겠다’면서 백화점 상품권 다발과 현금 200만원이 든 봉투를 내밀었다. 거절했지만 이후로도 그는 ‘나와 잘만 지내면 연예인 활동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도와주고 신용카드와 한 달에 원하는 만큼의 용돈도 주겠다’고 제안했다.
스폰서와 연예인이 처음 만나 서로 옷차림이나 씀씀이를 보면 ‘사이즈가 나온다’고 한다. ‘사이즈’가 맞으면 만남이 이뤄진다.
처음 만난 날부터 해외여행을 가자고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출장 가는데 같이 가자, 공(골프) 치러 가는데 같이 가자, 내가 업무 보는 동안 마음껏 쇼핑하고 스파나 하고 있으라고 한다. 운전기사가 있어도 개의치 않고 뒷자석에서 온갖 스킨십을 했으면서 비행기는 보는 눈이 있다며 따로 나가자고 했다.
이들 중 하나인 정치인 C가 TV 대담 프로에 나와 점잖은 체 나랏 일을 논하는 걸 보고 기가 찼다. 내가 스폰서를 거절하면 대부분 ‘후회할텐데’, ‘니가 아직 이 바닥을 모르는구나’ 라며 되레 으름장을 놓곤 했다.
스폰서를 못잡은 친구들은 텐프로나 호스트바로 간다. 거기서 돈도 벌지만 스폰을 쉽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강남의 여성전용 사우나에서 텐프로 마담들에게 수없이 명함을 받곤했다.
이런 생활이 지긋지긋해 지난해 초 연예계 생활을 끝냈다. 이 세계를 빠져나온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한다. 친구들은 미련없이 떠난 나를 부러워하면서도 절대 그만두지 못한다.
안타까운 것은 처음 스폰서 제의를 받고 망설이던 친구들도 이제는 그들을 만나는 것에 프라이드를 갖고 즐긴다는 것이다. 장자연씨 사건을 보고 친구들이 부쩍 '나도 저런 마음이었는데, 내게도 저런 순간이 오면 과연 이겨낼 수는 있을까'라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내가 그들에게 이 길을 계속 가라 마라 할 수 없다. 다만 떳떳하지 못한 루트, 이 세계에서만 통용되는 방법으로 일한다면 후회해도 늦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성상납 관행에 대해 ‘황당하다’, ‘나와 상관없다’고 거짓말 하는 사람들이 이번 기회에 꼭 죄값을 치르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