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뭔가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네./기도는 또 하나의 나/내 안에 숨어있는 거인을 불러내는 일이라네."(김재진 시인 〈거인〉 중 일부)
16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부암동 인왕산 자락〈유나방송〉 계단식 무대에서 열린 낭독회는 청중과 시인, 스님이 한데 어울리고 우리말과 독일어·영어로 읊는 시 낭송, 그리고 명상음악이 어우러진 한바탕 축제였다. 유나방송은 2007년 불교방송 진행자로 유명한 비구니 정목 스님이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개설한 명상·마음공부를 위한 인터넷 방송으로 김재진 시인이 대표를 맡고 있다. 26개국에 사는 한국인 2만여명이 청취하는 유나방송 애청자 중 150여명이 참석한 이날 낭독회의 '입장권'은 김 시인의 시집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또는 그 표지를 복사한 것이었다.
정목 스님과 미산 스님(상도선원장)이 각각 김 시인의 〈거인〉과 〈나무기도〉를 낭송한 녹음이 아름다운 화면과 함께 흘러나온 후 본격적인 낭독회가 이어졌다. 성우 권희덕씨는 〈나무〉〈길 위에 있는 동안 행복하다〉를 낭송했고, 애청자 김성미 남현주씨가 자신들이 애송하는 김 시인의 시를 낭송했다. 독일인 안드레아스씨와 부인 김인숙씨는 김 시인의 〈눈 편지〉를 독일어와 한국어로 번갈아 낭송했고 김 시인도 하모니카 연주 실력을 선보였다.
마지막 순서로 나선 정목 스님은 김 시인의 미발표작 〈인생의 별〉을 낭송한 후 직접 피아노 앞에 앉았다. 참가자들은 스님의 반주로 〈고향의 봄〉과 〈오빠생각〉을 합창한 뒤 〈자비명상〉에 들며 세상 모든 이를 위한 기도로 낭독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