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자꾸 여학생 치마가 올라가네!'

최근 무릎 위 20cm 이상 올라가는 길이의 미니스커트 스타일의 교복치마가 여학생들 사이에선 인기다. 우선 여학생들의 변(辯)부터 들어보자.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의 한 예술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최모양(18). "학교가 워낙 자유로운 편이예요. 교복에 대해 별도로 제재 하는 것도 없어요. 자연스레 더 예쁘게 입으려는 욕구가 생기죠. 요즘엔 친구들간에 예쁘게 입기 경쟁도 치열해요."

교복치마 높낮이는 학년별, 학기별로 다르다. "요즘은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래도 (치마가) 긴편이예요. 교복 착용 규정을 엄격히 점검하는 학교의 경우 선생님이나 선배들 눈총이 따가워 1학년들은 원래 길이의 치마를 입죠. 하지만 2학기쯤 되면 그것마저 느슨해져 모두 치마를 줄여 입고 다닙니다." 같은 학교 이모양의 얘기다.

미니스커트는 무릎 위 15~20cm 정도 올라가는 짧은 길이의 치마를 말한다. 그런데 학교주변을 둘러 보니 이 학교 3학년 여학생들 중에는 무릎 위 20cm 이상 올라가는 길이의 초미니 스커트 교복을 입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주름진 A라인 치마의 주름을 펴고 타이트한 H라인의 치마로 고쳐 입기도 했다. 이 학교의 경우에는 3일 열린 입학식에 참가한 1학년 학생들조차 보통 무릎 아래 길이의 교복 치마를 입는 학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009년 3월10일 서울 동작구의 한 중학교 근처에서 수업을 끝낸 여중생들이 학교에서 입었던 긴 교복을 벗고 짧은 교복 치마로 갈아입고 있다. 학기 초라 선생님과 선배들의 눈총을 피해 학교 근처 상가 화장실이나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갈아입는 것.

예술계나 실업계 학교뿐 아니라 인문계도 마찬가지다. 또 여고생 뿐 아니라 여중생들 에게도 짧은 교복치마의 인기는 대단하다. 동작구의 한 중학교 3학년생인 김나리(16)양은 ‘1학년 애들도 교복치마를 짧게 줄여서 입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최근 단속 때문에 교복 치마 길이를 늘였는데 단속이 느슨해지면 다시 줄여 입을 수 있을 겁니다.”

짧은 치마 입기 경쟁은 학교 밖에서 더 치열하다. 김나리양은 “교복 착용 규정 단속이 심한 학교의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고 학교 근처 상가 화장실이나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짧은 교복치마로 갈아입는다”고 귀뜸했다. “친구 학교로 놀러 갈때도 있는데 그때는 그 학교 교복을 입고 학교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여분의 교복치마는 어디서 구할까? 입학할 때 마련하는 치마가 1~2개 있고, 졸업하는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치마가 1~2개 더 있다고 한다. 개인 차이는 있지만 보통 여학생들은 2~4개의 교복 치마를 길이별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길이별로 학교에서 선생님과 선배들의 눈총도 피하고 마음대로 멋을 내면서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옷을 갈아입을 거면 왜 사복으로 갈아입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어차피 사복을 입고 화장을 해도 어설픈 학생 티가 난다는 거 우리도 다 알아요. 차라리 교복을 짧고 타이트하게 입으면 보는 사람들이 와~ 재는 저 나이에도 참 성숙한 느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것 같아서' 라고 대답했다.

같은 날 서울 명동에서 만난 P여고 재학생 박모양은 "교복 치마길이를 고쳐 입는 것은 너무 쉽다"고 말했다. 교복을 일정 길이로 접은 뒤 다리미질을 하고 안쪽을 바느질로 고정시키기만 하면 따로 수선을 맡길 필요도 없다고. 또 2-3년 전 부터 짧은 치마를 선호 하긴 했지만 요즘 인기 드라마에서도 짧은 교복 치마를 입고 나오는 캐릭터들을 보고 더 많은 학생들이 더 짧은 교복치마를 입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리고 '치마길이가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존심이나 하나의 상징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면서 더 예뻐 보이고 눈에 띄고 싶어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 실업계 학교측은 아주 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또 인문계 학교에서는 엄격한 규율을 가지고 있다 해도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와 갈아입는 것까지 막을 수 없지 않겠냐는 입장이어서 앞으로도 초미니 교복의 인기는 여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