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0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연쇄살인범 강호순(39)이 맨얼굴을 처음으로 법정에서 드러냈다. 그동안 강은 희생자의 사체 발굴 현장이나 수사 과정에서 철저하게 모자와 마스크를 쓴 얼굴로만 외부에 공개됐다. 강호순은 6일 오후 2시 수원지법 안산지원 제401호 법정에서 형사1부(이태수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첫 공판에 수의를 입고 출석했다. 그동안 언론이 입수해 공개한 사진처럼 차분하고 깔끔한 모습이었다.
강은 교도관에 이끌려 법정에 들어선 직후 10초 정도 검찰측을 쳐다봤으나, 재판이 진행되는 50여분 내내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앉아 있었다. 이름, 직업, 주소 등을 묻는 재판부의 인정심문에는 또박또박 대답했다. 방청객 100여명이 재판을 지켜봤으나 희생자 유족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강은 2006년 12월 배모(당시 45세)씨부터 2008년 12월 안모(당시 20세)씨까지 여성 7명에 대한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함께 기소한 2005년 10월 당시 4번째 부인과 장모에 대한 방화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2006년 9월 정선군청 직원 윤모(당시 23세)씨 살해 사건은 강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발굴한 사체에 대한 유전자 감식이 늦어져 이번 기소 대상에서는 빠졌다.
검찰은 이날 강이 보험금을 노려 부인과 장모를 살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은 강이 화재 발생 5일 만인 11월 4일 삼성생명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보험금 지급 문제를 상담한 내용을 담은 ARS 육성 녹음 파일도 간접 증거로 확보했다고 처음 밝혔다.
검찰은 당시 강호순이 형으로부터 4000여만원을 빌려 스포츠 마사지숍을 운영했으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밝혔다.
강은 2007년 1월 30일 상속인 자격으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해 모두 4억8388만원을 받아냈다.
그러나 강의 국선변호인을 맡은 김기일 변호사는 검찰측이 강이 불을 지른 구체적인 방법이나 수단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방화 살인 혐의를 두고 공방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집중심리를 통해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 재판은 11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