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의 인사', '유정', '올인' 등에 출연하며 10여 년 정도 연기자 생활을 했던 탤런트, 그룹 '푸른하늘'의 객원보컬. 영화배우. 지난 2004년 박준희(여, 34)씨는 이러한 타이틀을 모두 버렸다.
“연기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연예계라는 게 연기를 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그 노력이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죠.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나 생각이 점차 많아지면서 뭔가 전환점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도 카메라 앞에 선다. 대본에 외워 감정을 표현하는 대신, 상품에 대해 공부하고 정보를 전달한다. 이러한 쇼호스트 생활이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개인 홈페이지에는 연기자 은퇴를 아쉬워하는 팬들의 글이 올라온단다.
“너무나 사랑했던 일이고 나한테 잘 맞는다고 생각됐던 일을 접는 건데 당연히 고민도 많았죠. 하지만 어렸을 때는 운도 따라주고 기회가 돼서 좋은 작품을 많이 했는데, 이십대 중반을 지나면서부터는 어렵더라고요. 그러던 중 쇼호스트로 일하던 선배의 제안에 결심했어요. 무엇보다도 카메라 앞에 선다는 쾌감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지요.”
그러나 쇼호스트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박씨는 “처음 방송할 때는 왼쪽 오른쪽 고개만 까딱 대다 나왔어요. 연기할 땐 말하는 데 함부로 끼어들지 말라고 배웠거든요.”라고 말했다. 아직도 그녀의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상품을 광고하는 한 명의 ‘연예인 게스트’로 생각할 때는, ‘프로로서 인정받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박준희 씨는 이미 ‘시청률 대박’ 대신에 ‘매진’의 짜릿함을 아는 쇼호스트가 됐다. 박씨는 “어느 날은 모델 시연이 나오기도 전에, 상품 설명하고 있는데 매진이 되어버린 거에요. 우리는 ‘어떡해 어떡해’ PD한테 물어보는데, PD님도 당황해서 말이 없더라구요. ‘죄송합니다, 주문이 다 나갔습니다’라고 민망하게 말하면서도 내 방송에서 매진이 되니 어찌나 짜릿하던지요”라고 말했다.
박씨는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제품을 사용해 느끼는 청각 촉각까지 공유하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전 연기도 해봤고 노래도 불러봤고 코미디도 잠깐 해봤지만 쇼호스트는 정말 달라요. 흔히들 ‘여자는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이혼도 해봐야, 비로소 연기가 된다’라고 했었는데, 쇼호스트도 그래요. 삶 속에서 직접 경험해본 노하우가 필요해요. 애 안 낳아본 전 아동도서 방송 못하죠. 고객의 신뢰가 중요하니까요. 내가 팔 물건은 다 써봐요.”
동료인 임세영 쇼호스트는 "금방 적응하는 게 놀랍다"며 적극적이고 부지런한 천성을 칭찬했다. CJ홈쇼핑의 진성한 카메라감독은 박준희 쇼호스트를 '만인의 연인'으로 표현했다. 스태프들하고도 언니 오빠하며 편하게 지내기 때문이란다.
지금도 연기에 대한 미련은 있다. 다만 인생에 대해 좀더 많이 알 때까지 기다릴 작정이다.
“지금도 선배님들의 속이 꽉 찬 연기를 볼 때면 온몸이 떨려요. 세상 모든 사람을 속여도 나 자신만큼은 속일 수 없잖아요?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살 거예요.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나의 30대를 소중하게 즐김으로써 매 순간 만족하는 삶을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