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진 소설집 《착한 가족》과 김숨 장편소설 《철》이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에 합류했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유종호·김주영·김화영·오정희·이문열·정과리·신경숙)는 지난달 27일 '2009 동인문학상' 3차 심사독회를 열고, 이 두 작품을 올 10월 최종심 후보작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작은 김경욱 소설집 《위험한 독서》, 박상우 소설집 《인형의 마을》, 조해진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를 포함해 5편으로 늘었다.
《착한 가족》은 가족을 억압의 기제로 파악해온 지금까지의 서하진 소설 세계가 새로운 변신을 보여준 작품이다. 가부장적 폭력과 가족 제도가 부과하는 의무 밖으로 원심력의 탈주를 감행하던 구성원들이 새로운 공존의 모럴을 모색한다.
심사위원회는 "차분하고 섬세한 문체로 때 묻은 일상 속의 인물을 그려내는 솜씨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맹목적 당위로 전제하지 않고 그 이면에 숨은 이기심과 인간적 고뇌의 충돌을 포착한 것도 긍정적이다. 한 심사위원은 "작가가 삶의 본원적인 슬픔을 인지한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심사위원은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비루함이나 동정을 모두 경계하는 균형감각을 높이 살 만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안정감이 지나쳐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 부족하지는 않았는가"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보이는 것을 스케치하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을 잡아채는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잔재주나 튀는 언어를 전경화(前景化)하지 않았으며, 문학적 재능이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대체로 무리 없이 담아 냈다"는 평가가 힘을 얻어 최종심에 올랐다.
《철》은 노동소설의 전통적인 문법을 해체한 작품이다. 도구화된 노동에 투입된 이들의 내면으로 틈입해오는 허무 의식을 존재론적 입장에서 사유한다. 생니를 뽑은 자리에 박은 쇠 틀니가 녹슬어 입에서 붉은 녹을 흘리는 등 엽기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 심사위원들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환상적 요소가 결합해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자 "철이라는 소재로 쓸 수 있다고 믿었던 이야기의 굴레를 벗어던졌다"는 말로 이 작품을 주목했다. 올해 최종심 후보로 거론된 첫 장편이란 점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 대한 비판도 신랄했다. 무엇보다 "재료를 잘 준비해 놓고 막상 소설답게 이야기로 결합해 내는 힘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심사위원 간에 격론이 오간 작품은 염승숙의 첫 소설집 《채플린, 채플린》이었다. 카프카의 《변신》을 연상케 하는 그녀의 작품은 일부 심사위원들로부터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면서도 엽기로 흐르지 않고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쾌활하게 응시하는 노련함이 돋보인다" "재기발랄한 작가의 탄생이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새로움은 인정하지만 읽기 위한 노력을 너무 많이 요구한 것은 아닌가" "수작과 그렇지 않은 작품 간의 편차가 느껴진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오랜 토론이 오간 끝에 "좀 더 면밀한 독서를 거쳐 다음 독회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합의에 이르렀다. 심사위원회는 이 작품과 함께 한창훈 소설집 《나는 여기가 좋다》를 4차 독회에서 검토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