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를 배달하는 최호선(54)씨가 지난 24일 경남 김해시 삼정동에서 홀 로 사는 노인의 집을 방문해 어깨를 주 물러주고 있다.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24일 오후, 25년 경력의 '야쿠르트 아줌마' 최호선(54·김해 전하동)씨가 25L들이 배달가방 2개를 손수레에 싣고 단독주택이 늘어선 골목길을 잰걸음으로 걸었다. 혼자 사는 장모(79) 할아버지 집에 들어간 최씨는 부엌 대야에 쌓인 그릇들을 설거지하더니, 냉장고를 벌컥 열며 '야단'을 쳤다.

"할아버지요, 또 밥 안 해 먹었구마? 반찬이 지난주에 갖다 준 고대로네. 그리고 뚜껑을 잘 닫아둬야제. 이 무말랭이 아주 지대로 말라 비틀어졌구마."

경남 김해 봉황동, 삼정동 주민들 사이에서 최씨는 유명인이다. 최씨는 매일 오전 5시까지 대리점에 출근한다. 이후 오후 5시까지 온종일 주택가, 아파트 단지, 상가, 우체국, 동사무소를 돈다.

최씨는 야쿠르트를 돌리는 틈틈이 동네 독거노인 30여명 집에 들러 직접 만든 반찬을 나눠준다. 방 청소와 설거지도 해주고, 장 보고 공과금 내는 심부름도 해준다. 방학 기간엔 결식아동 40여명에게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도시락도 가져다 준다.

최씨 한달 수입은 300만원이다. 매일 오전 야쿠르트 550병과 우유 250병을 배달해서 버는 돈이다. 최씨는 그중 30만~40만원을 떼서 이웃을 돕는다. 일주일에 한번씩 일회용 도시락 10개 분량의 반찬을 만들고, 한달에 두번씩 김치를 열 포기씩 담가 가난한 노인과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병든 아버지와 사는 10대 3남매가 최씨의 수레에서 야쿠르트를 훔쳐 먹다 들킨 적이 있다. 그 뒤 최씨는 5년째 매달 3남매의 생활비를 보태주고 있다.

"직업상 매일 400집 넘게 들르는데, 뻔히 엉망인기 보이는데 지나칠 수가 없어서 집안 좀 치우고, 집에서 먹는 반찬 좀 나눠드린 것뿐입니더."

최씨는 "먹고 살려고 야쿠르트 배달을 해서 아들(29)은 새마을금고직원, 딸(27)은 조경설계사로 잘 키웠다"며 "5년만 더 일을 해서 30년을 채우고, 그 다음에는 딱한 어르신들과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