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정치학자가 웬 동화냐고 하지요. 그러나 현실을 비판적으로 보게 해주고 순수한 휴머니즘을 전해주는 동화는 사회과학의 빈틈을 채워주는 매력적인 도구입니다."
주영·주일 대사와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전주 우석대 라종일(羅鍾一·69) 총장이 동화 를 냈다. 외교관으로 일하는 동안 외빈들에게 비빔밥을 대접하면서 "비빔밥에 이야기를 붙이자"고 생각한 것을 비빔밥의 고장 전주에 와서 행동에 옮긴 것이다.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등 4개 국어로 출간된 책은 옛날 온고을(전주·全州) 사람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 서로를 미워하다 음식을 가져와 한데 섞어 먹으면서 화합하고 재앙도 피한다는 내용이다. 라 총장은 "비빔밥은 온갖 나물을 버무려 풍부한 맛과 영양을 내는 음식으로, 그 속에 담긴 소통의 메시지는 21세기 지구촌의 갈등을 푸는 대안의 정신"이라고 했다.
라 총장은 경희대 교수였던 1979년 동화 '드래곤 앤드 뷰티(Dragon and beauty·미녀와 용)'를 미국의 한 동화잡지에 기고한 이래 열편이 넘는 영어 동화를 써왔다. 모두 삼국유사나 전래동화에서 소재를 따와 자신의 상상력을 입힌 작품이었다. 그는 "우리 민족의 지침이 돼온 지혜와 슬기를 세계에 알리고자 영어 동화를 썼다"고 했다.
라 총장이 동화를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동화작가 마해송의 동화집을 빠짐없이 읽었던 그는 정치학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엉뚱한 생각이 나면 동화로 썼다.
라 총장은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신선이 된 사람들을 다룬 새 작품을 준비 중이다. 그는 "한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데 이야기만큼 강력한 도구는 없다"며 "앞으로도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이야기책을 계속 쓸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