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대표 효녀 가수
귀보다 마음이 즐거운 노래 하고 싶어
5집 ‘Like a Star’ 모든 곡 작사
연인 ‘원티드’ 전상환과도 공동작업
카멜레온처럼 항상 다른 색을 입고 대중 앞에 나타나 놀라움을 전하는 가수가 있는가 하면,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전보다 한층 두꺼워진 자기만의 색깔을 덧칠하고 나타나는 가수도 있다. 별(본명 김고은·26)은 후자에 속한다. ‘별’ 고유의 색깔에 성숙함을 더한 5집 앨범 ‘Like a Star’를 들고 우리 곁에 돌아온 별을 만났다.
별은 이번 앨범에 들어 있는 전곡의 가사를 직접 썼다. 또 작곡가 김건우와 함께 프로듀싱을 했다. 이번 앨범이 별의 매력을 가장 잘 담아낸 앨범이라는 평가에는 그녀의 손길이 많이 닿은 것도 한몫한다. “제가 부를 노래의 가사를 직접 쓰다 보니 더 세밀한 감정 표현이 가능해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생각을 노래로 전하는 것보다 아무래도 제 이야기를 노래로 부르는 것이 진솔한 감정을 싣기에 더 좋으니까요.”
글 쓰기를 좋아하는 별은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02학번. JYP 박진영의 눈에 띄어 발탁됐고 2002년 1집 '12월 32일'로 데뷔했다. 음반시장이 어려워졌지만 10만장 이상 팔렸다. 하지만 가수 활동 때문에 수업에 잘 못 나가 아직 졸업을 하진 못했다. "기회가 되면 문예창작과나 신문방송학과로 옮겨보고 싶어요. 글이 가지는 힘이 얼마나 큰지를 알거든요."
이번 앨범의 재킷 사진은 소녀에서 숙녀로 성숙한 별의 이미지를 잡지 표지모델로 형상화했다. 또 패션, 뷰티, 인터뷰라는 섹션으로 나눠 다양한 구성을 보여준다. 이 역시 별의 아이디어다. "가수 별은 친숙한 이미지를 가졌잖아요. 거기에 뮤지션적인 느낌을 더하고 싶었어요. 잡지모델이 그 시대의 트렌드를 이끌듯 음악에 있어서는 별이 트렌드를 이끌고 싶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될 수 있고요."
이번 앨범 타이틀곡인 ‘드라마를 보면’은 ‘애인있어요’(이은미), ‘하루’(김범수), ‘겨울이야기’(DJ DOC) 등을 작곡해온 윤일상이 만들었다. 멜로디가 매우 쉽고 대중적이며 왈츠풍의 독특한 편곡으로 고급스러우면서 매력있는 곡이다. 여기에 별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잘 어우러진다. “처음 데모곡을 받아서 들었을 때 가슴이 두근두근거렸어요. 바로 ‘이 곡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이 곡마저도 가사를 제가 쓰게 됐어요. 타이틀곡 가사를 제가 쓰게 될 줄은 몰랐죠.”
절친한 동갑내기 친구 가수 테이와는 듀엣곡 ‘허밍’을 함께 불렀다. “테이와는 워낙 오래된 친구예요. 서로 동료 가수라기보다 그냥 편한 친구라고 생각해요. 듀엣곡 때문에 남자가수를 물색하던 중 ‘등잔 밑이 어둡다’고 테이에게 부탁할 생각은 못했었죠. 그러다가 저와 친한 테이가 있는데 멀리서 찾았나 싶더라고요. 테이 목소리는 저음이 매력적이잖아요. 친한 사이일수록 부탁하기가 조심스러운데 곡이 워낙 좋아서인지 테이도 흔쾌히 승낙하더라고요.”
별은 연인 사이인 그룹 ‘원티드’의 전상환과 ‘니가 떠난다’ ‘Hymn’을 함께 만들었다. 전상환이 작곡하고 별이 작사를 맡았다. 가수끼리 공식커플임을 인정하고 공동 작업을 해서 앨범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상환씨가 가수 거미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던 곡이 ‘니가 떠난다’였어요. 저랑은 음악적 색깔이 달라서 둘이 같이 곡 작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 곡을 들어보니 저와 꼭 맞더라고요. 그래서 제게 달라고 했죠.”
‘Hymn’은 보너스곡으로 별이 다니는 교회 찬양팀 친구들과 함께 불렀다. “이번 앨범 중 가장 뿌듯한 곡 중 하나예요. 데뷔 때부터 앨범에 한 곡이라도 CCM(기독교 음악) 곡을 넣는 것이 바람이었는데 7년 만에 소원을 이루게 됐어요.”
차분한 말투로 인터뷰를 이어온 별은 연예계에서 효녀 가수로도 유명하다. 그녀의 아버지는 별이 2002년 데뷔했을 때 의료 사고를 당했다. 위 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식물인간이 됐다. 사건 발생 후 별의 가족은 의료 과실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다가 결국 승소했고 2008년 말 일부 보상을 받았다. 6년간의 노력이 인정된 것이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누워있다. “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병원비, 간병인비, 약값 등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요. 젊었을 때 기계체조 선수였고 건강했던 아버지가 하루아침에 누워버리셨으니까요. 소송을 진행하면서 엄마가 가장 힘드셨어요. 미인이신데 많이 늙으셨죠. 승소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중간에 합의할 수도 있는데 의료분쟁으로 힘들어 하는 분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 끝까지 싸우셨어요. 좋은 결과가 나와 그나마 다행이에요.”
별은 자신이 효녀가수로 알려졌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이미지가 조금 부담스럽다고 했다. “부모님은 충남 서산에 사시고 저는 가수 준비하고 활동하면서 10년간 서울에 올라와서 주로 경제적인 부분을 담당해 왔어요. 아무리 잘해 드린다고 해봤자 항상 옆에서 부모님을 돌보는 오빠보다야 못하죠. 그래도 효녀라고 이야기해 주시면 효녀일지 모르지만 저로서는 부모님께서 제게 베풀어주신 것을 조금씩 갚을 뿐이에요.”
음악적으로 또 인간적으로 한층 더 성숙한 느낌을 자아내는 별에게 향후 추구하는 음악세계를 물어보았다. “저는 대중가수이기 때문에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음악을 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 색깔도 중요하니까 대중의 트렌드만 좇아갈 순 없죠. 그 두 가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균형을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지고, 행복을 느끼는 감정들은 공통으로 남잖아요. 그걸 노래 안에 담고 싶어요. 귀만 즐거운 음악이 아니라 마음이 즐거운 음악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