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레이 실바가 미들급으로 온다길래 포기했죠.(웃음)"
UFC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동현의 체급은 웰터급이다. UFC 기준 70~77kg급으로 김동현은 경기 때마다 기준치의 한계점인 77kg에 꼭 맞춰서 감량을 한다. 흔히 복싱을 비롯한 격투기 선수들은 자신의 파워와 신장 등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능하면 아래 체급에 맞춰 감량을 한다. 하지만 김동현의 경우 의문점이 생긴다. 김동현의 신장은 1m84로 한 체급 위인 미들급(78~85kg)에서도 절대 작은 키가 아니다. 수년간 미들급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앤더슨 실바도 신장이 1m80밖에 되지 않는다.
김동현은 다소 무리하게 체급을 낮추다 보니 그동안 늘 '체력'이 약점이었다.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하면서 식이요법 등으로 체중을 줄여야 하는 고통은 안해본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가끔 "링에서 싸우는 것보다 감량이 더 힘들다"고 고백하는 선수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이런 감량은 체력저하를 동반한다. 훈련량 때문에 신체의 대사량은 늘었는데 그걸 뒷받침할 만큼 영양보충을 못 하기 때문에 에너지 탱크가 빨리 비게 되는 것. 결국 경기에 앞서 조각같은 몸매와 스피드 등은 유지할 수 있지만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모자라게 된다.
스스로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UFC94에서 카로 파리시안과의 대결 이후 휴식을 취하며 마음껏 먹었다는 김동현은 "지금은 경기 때보다 조금 쪄서 84kg정도 된다. 원래 평상시 체중은 87kg"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경기에 앞서 무려 10kg 감량을 하는 셈이다. 김동현은 "확실히 감량을 하면 그 과정도 힘든데다 꼭 체력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한 때는 미들급으로 전향해 정말 내가 가진 파워를 100% 발휘할 수 있는 상태에서 붙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UFC94를 앞두고 가졌던 미국전지훈련을 통해서 이런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최근 다양한 기술이 발전되며 그런 기술을 펼칠 수 있는 길고 유연한 체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내에서도 예전에는 크고 우람한 체형이 각광받았지만 최근에는 날씬한 선수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한 김동현은 "그에 따라 감량 기술도 발전했다. 나 또한 평소 84kg 정도로 유지하다가 체계적으로 감량하는 법을 배워온 만큼 앞으로도 웰터급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김동현이 웰터급으로 낮춰서 나가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단다. 훈련에 매진하다 다시 기자에게 다가온 김동현은 "사실 반다레이 실바가 미들급으로 온다고 하더라구요"라며 농담처럼 말했다. 반다레이 실바는 라이트 헤비급(86~93kg)에서 얼마전 미들급으로의 전향을 발표했다. 타격 전문가인 실바는 헤비급에서도 통하던 파워넘치는 펀치로 미들급을 휘저을 것이 분명한 일. 프로 격투계에서는 체급도 작전이다. 반다레이 실바 외에 앤더슨 실바라는 절대강자가 있는 미들급을 피한 김동현의 선택은 아주 현명했던 셈이다.
< 노경열 기자 scblog.chosun.com/claude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