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흔·산업부 dhshin@chosun.com

"한국은 광통신망(網)으로 TV를 보는 가구가 100만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 정도로 많은가요?"

지난 6일 오후 유럽의 미디어 관련 제도를 취재하기 위해 프랑스 시청각위원회(CSA)를 찾은 한국 기자들에게 니콜라 부이(Bouy) 연구위원은 불쑥 한국의 광통신망 보급 수준에 대해 물었다. 그가 보여준 '전 세계 광통신망 유료TV 가입자 현황'을 보면 한국에는 100만의 가입자가 있는 반면, 유럽은 대륙 전체를 통털어 100만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이날 한국 기자들이 물은 것은 프랑스의 '방송 개혁'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인터넷 보급률에 대한 '자부심'은 잠시였고,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신문·방송의 겸영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한국에서 온 우리는 영락없이 '언론 후진국'에서 온 기자들이었다.

비슷한 일은 영국에서도 벌어졌다. 지난 10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만난 스테판 카터(Carter) 방송·통신 분야 주무 장관은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80.6%)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우리 측은 영국 BBC의 성공 비결 등이 화두였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여기선 이미 문제가 되지 않는 여론 독과점 같은 이슈를 새삼스럽게 꺼내기가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우리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IT 기반시설을 갖췄지만, 통신과 방송이 융합하는 곳곳에서 '브레이크'소리가 나고 있다. 예컨대 IT기술과 방송이 결합한 IPTV는 '방송이냐 통신이냐'를 놓고 지루한 논쟁을 벌이는 사이 다른 나라들보다 서비스 시작이 늦어졌고,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 일정은 2012년 말까지 미뤄졌다. 방·통 융합 시대 청사진을 담은 미디어 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상정조차 불확실하다. 'IT강국(强國)'의 명성도 조만간 퇴색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