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명의 입심 센 아나운서가 나타났다. 지난 1월초부터 11일 오후 현재까지 온라인공간에 게재된 '전현무, 손예진 형부 될 뻔한 사연' '전현무, 이지애 아나 짝사랑 사연'등의 기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이 재미를 실시간으로 빨리 전하려는 매체들의 경쟁은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KBS 32기 남자 아나운서 전현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연일 연예계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화제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 인근 찻집에서 전현무를 만났다. 차분한 인상에 야무진 말투가 영락없는 아나운서다. 단, 인터뷰 동안 그의 눈과 입을 통해 '예능 진행자에 대한 동경과 갈망'을 느낄 수 있었다.

"개그맨 유재석씨를 닮고 싶어요. 유재석씨가 10년의 무명을 거쳐서 진행자가 됐듯이, 저는 아나운서라는 권위 의식이나 특권 의식을 버리고 똑같이 연예인들과 경쟁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문제의식은 '아나운서가 예능을 진행 할 때는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일까'였어요. 예능 프로그램에 어떤 형태로든 얼굴을 많이 비치고, 피디나 제작진에게 나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자, '아 쟤는 아나운서지만, 괜찮다 적절하게 멘트도 할 줄 안다'는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투자를 많이 했죠."

▶노하우

투자라. 그는 예능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반드시 연예인과 친분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기 위해 특정 연예인들과의 만남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토크쇼에서 아무리 재미난 이야기를 던져도 상대방 연예인들이 재치 있게 받아줘야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언젠가 '스타골든벨'에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아나운서는 딸랑 저 혼자였죠. 당시 연예인들과 이렇다할 친분도 없었고, 나름 재미있다고 늘어 논 이야기는 연예인들 사이에선 반응도 없고, 결국 대부분 편집되면서 굴욕감을 느낀 적도 있었죠. 그래서 지금은요. 일부러 연예인들과 친분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한번 만난 사람은 전화번호를 받았놓았다가 꼭 안부 전화를 해 친숙함을 만들죠. (정)형돈이와는 동갑내기 가장 친한 연예인이죠. 한 프로그램에서 만나 약 6개월 동안 함께 진행을 한 것이 인연이 돼 술자리에서 말을 트면서부터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웃자 '피식'

그의 미니홈피에는 김윤진 박시후 소녀시대 등 그동안 방송을 하면서 두루 만났던 연예인과의 기념사진들이 한가득하다. 그는 아직도 연예인을 만나면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배우 한효주는 이성적으로 설렌 케이스란다.

지금까지 만난 연예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스타가 누구냐고 묻자 "'연예가 중계'를 통해 키아누 리브스를 만났다.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 속 주인공이 눈앞에 있다니 정말 신기했다. 하지만 진땀 흘린 최악의 인터뷰였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첫 공개했다.

"키아누 리브스를 만났는데 제가 정말 살아있는 것인가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외국 배우들은 인터뷰 시간을 길게 주지를 않아요. 10분이면 정말 많이 주는 거예요. 제가 부족한 영어에도 불구하고 통역을 거치지 않는 이유가.'하이'인사 한마디에도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리니 시간 절약 차원에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이날도 제가 직접 영어로 인터뷰를 했는데, 키아누 리브스 같은 경우는 질문을 아무거나 받지를 않더라고요. 그러나 저는 나름'연예가 중계'를 통해서 재미를 주겠답시고, 앞에 여자 연예인 4명을 두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보라, 너의 타입엔 누가 어울릴 것 같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는데, 갑자기'노노노'라며 정색을 하는 거예요. 정말 불쾌한 얼굴로 정색을 하면서 매니저를 찾더라고요. 매니저도 키가 2m가 넘는 덩치 큰 흑인이었는데, 그런 사람 부르면서 분위기 험악해 지고, 전 진땀을 흘리기 시작을 했고, 이미 4분 지나가 버렸고, 6분 남았는데... 당시 대본에 있는 질문들을 보지도 못하고 난리도 아니었죠. 영화 소개 몇 분 듣다가 보니 (방송에)쓸게 없는 거예요. 얼굴이 빨개져 상기된 표정으로 앉아있는 그에게 한국 음식에 대해 물었어요. 쌈을 이야기하는데, 너무 오래 설명을 하는 거예요. 그렇게 까진 필요 없는데. 이게 한 3~4분 지나가더라고요. 더 초조해졌죠. 땀은 계속 흐르고 쓸 건 없고, 시간은 다 됐고, 그러다 '두 유 노 소주(소주 아느냐)'물었어요. 그랬더니 안나고 하더군요. 그래서 '두 유 노 하우 투 드링크 소주(소주를 어떻게 먹는 줄 아느냐)'고 물었죠. 그러면서 소주 병 따서 들이키는 시늉을 보여줬어요. 그러는데 그 쪽에서 '오케이 타임 오버'라고 가버리더라고요. 인터뷰 끝났어요. 그래서 인터뷰에 나간 것이 영화 소개하고 내가 소주 마시는 모습 딱 구 장면이었어요. 최악이었죠. 내가 했던 인터뷰 중에 내용 하나도 없고 정말 최악이었어요. 고급스러운 표현 다 찾아가지고 몇 장 분량의 질문들 준비했는데, 하~나도 못 써먹었죠.

▶오빠의 진실

그를 둘러싼 또 하나의 관심거리는 KBS 아나운서 이지애와의 관계일 것이다. 최근 방송에서 '이지애를 짝사랑 했다'고 소개했던 그에게 진실을 물었다. 그는 "짧게 이야기하면, 한 여자를 좋아했었고, 전혀 먹히지 않았고, 그냥 좋은 오빠 동생 사이가 된 것이다. 입사하자마자 연수원에서 내가 호감을 가졌고, 지애는 흔들리지 않았고, 그러다가 갑자기 각자 지방으로 발령을 받았고, 1년이 지났고, 다시 만났고, 다시 뭘 시도해 보려는 생각도 못한 채 그냥 좋은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이 나간 뒤 이지애 아나운서의 반응을 묻자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더라. 그러나 하루는 나에게 '오빠 작작 좀 하라'며 웃더라. 주변에서는 이 기회에 잘 해보라는 응원도 보내지만, 나도 이젠 마음이 떠난 상태다. 지애가 좋은 남자 만나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없다. 주변 여성들은 내가 바람둥이 일 것 같다며 접근을 꺼리더라. 이지애와 손예진 언니와 관련된 발언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허탈한 웃음) 바람둥이도 '꽃보다 남자'의 F4처럼 여자들이 알아서 오는 바람둥이가 아니라, 내가 집적거리고 다니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어 문제다. 너무나 억울하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전현무는 최근 농구 선수 서장훈의 연인으로 알려진 아나운서 오정연과 특별한 사이임을 밝혔다. "정연이에게 전 아버지와 같은 존재죠. 지애도 정연이도 같은 동기로서 가깝게 지내고 있지만 특히 정연이는 저와 고민 상담을 많이 하는 편이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를 믿고 따르는 편이죠. 정연이를 통해 서장훈씨도 알게 됐는데, 참 잘 어 울리는 한 쌍인 것 같아요."

▶시선

그는 라디오방송 '전현무의 프리웨이' '비타민' '영화가 좋다' 등의 고정 출연 외에도 최근 한달 간 '스타골든벨' '샴페인' 등 10편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유재석이 진행하고 있는 KBS 예능프로그램 '상상플러스' 작가로부터 섭외 요청 전화가 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현무를 바라보는 선배, 동료 아나운서들의 눈초리도 남다르다. "요즘 선배들이 저를 보고 슬금슬금 피하는 것같아요. 혹시 저와 말을 섞었다가 자신들의 이야기가 개그 소재가 될까봐 걱정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선배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품위 떨어지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충고를 했는데, 지금은 저를 무서워하더라고요."(웃음)

▶바람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너무 입지가 좁아진 아나운서들의 영역을 좀 넓히는데 선봉장 역할을 하고 싶다. 아나운서들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큰 활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또 "아나운서가 평가 절하가 돼 있는 현실이 아쉽다. 나 못지않게 재치 있고 능력 있는 아나운서들이 많다. 그 분들과 같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요즘 너무 남들에게 묻어가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사실 저 자신에 대해 대중들이 궁금해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입사 4년차인 내게 대중들이 관심이 없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게 '잘나가는 사람들과 한번 엮어서 떠보려고 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 하더군요. 사실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하는 것도 거짓말이겠죠. 그러나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까지 그럴 생각은 전혀 없고, 본의 아니게 그런 경우가 있었다면 미안하죠. 어찌 보면 아나운서도 사람들의 관심으로 먹고 사는 연예인과 똑같은 속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과정의 일환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