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정보지원계 소속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위는 강호순을 상대로 1대 1 심문을 하면서 자백을 이끌어냈다. 추가 범행을 부인하며 버티던 강은 자녀 얘기를 꺼내자 흔들렸다. 자녀 문제가 강에게 '에멘탈 치즈의 구멍'이었던 것이다.(국민일보 2월 6일자)
▶에멘탈(Emmental)= 스위스 베른주 북동부 알프스 지역. 심한 침식으로 작은 계곡이 많이 생겨 목초지, 경작지와 침엽수림이 교차돼 있다. 유명한 에멘탈 치즈가 이 지역 주요 수출품이다. 에멘탈 치즈는 스위스 치즈 혹은 구멍 뚫린 치즈로 불린다. 딱딱해서 그냥 썰어 먹을 수 없는데 구멍이 있어 딱딱함을 부드럽게 만든다. 범죄심리학에서는 에멘탈 치즈에 뚫린 구멍 때문에 치즈가 잘 썰리는 것에 빗대 범죄자 심리를 파고들어갈 수 있는 약점을 '에멘탈 효과'라고 부른다. 곧은 나무가 잘 부러지듯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하던 범죄자도 한 순간 무너지게 마련이다.
▶범죄심리와 프로이드= 범죄현상 및 범죄자를 심리학적 입장에서 해명하는 학문이 범죄심리학이다. 범죄심리학 연구는 18세기초 독일에서 법의학 한 영역으로서 범죄자의 판단·동기 즉, 심리적 원인의 연구에서 비롯됐다. 1876년 이탈리아의 정신의학자 C.롬브로소가 범죄자들의 신체적 특징을 조사한 결과를 '범죄인론'에서 기술, 반향이 컸다. 범죄자는 신체적 정신적 퇴화를 가진 인간의 변종·격세유전의 소산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신체적 특징에 의해 정상인과 구별할 수 있다(생래성 범죄인설)고 말한 것은 참으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의 주장은 이후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부정되기는 했으나 한편으로 범죄의 원인으로 범죄자의 내부적 조건을 중시하는 입장(생득설)과 범죄자의 외부적 조건을 중시하는 입장(환경설)이 대립하는 상황을 낳았다.
심리학적 원인론이 범죄학 안에서 나름대로의 지위를 차지한 것은 프로이트의 업적이 학문적 평가를 받게 되면서부터다. 죄책감에 의한 자기처벌, 열등감의 보상, 욕구불만에 의한 공격 등을 통해 범죄행동이 설명되고 있다.
▶반사회성 성격장애 원인= 생물학적 유전적 영향을 강조한 로빈스의 연구에 의하면 사이코패스(psychopathy)나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를 가진 경우에 아동이 실제로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거나 하지 않았거나 상관없이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도 기질적 근거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아동기에서 볼 수 있는 과잉행동이나 가벼운 신경학적 이상이 성장 후 반사회적 성격장애와 통계적으로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도 설명된다. 반사회적 행동, 특히 적대감은 생물학적 요인을 추적할 수 있기는 하나 이러한 소질의 내용과 방향을 형성하는 것은 환경적 요인이다. 반사회적 성격의 발달력에는 부모의 적대감이 주목된다. 원인이 무엇이든 아동은 부모의 적대감과 학대의 대상이 돼 그 반응으로 적대감을 형성하게 될 뿐 아니라 부모를 하나의 모델로 관찰, 적대감을 배울 수도 있다. 즉 부모의 적대감, 잔인성의 노출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환경적 요인은 적절한 부모모델의 결여다. 유아기 시절 심한 박탈감을 경험한 경우, 특히 출생 후 1년 동안 부모상실이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중요한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요인은 부모의 상실 그 자체보다는 중요한 사람과의 일관성 있는 감정적 유대관계의 결핍이라고 보는 주장도 있다.
▶사이코패스 치료= 강제로 치료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근본적인 치료는 매우 어렵다. 이들은 사회적 이득을 얻거나 법적 처벌을 면하기 위해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처럼 가장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의 치료를 위해서는 충동적인 행동의 방출을 제한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입원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파괴적인 행동과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고 괴롭히는 성향으로 인해 치료환경 자체를 파괴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들만을 위한 특수한 치료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반사회성 환자들은 권위상에 저항하는 성향이 있다. 치료자는 중립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반사회적 행동에 대신할만한 건설적인 행동을 제시하여 주며, 집단치료 등을 통해 타인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루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참고문헌 최정윤 外 공저 '이상심리학', 김영애 外 공역 '가족치료', 동서문화 '세계대백과사전', 노안영·강영신 '성격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