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영어축제 '내셔널 스펠링 비(national spelling bee)' 시즌이 돌아왔다. 내셔널 스펠링 비란 올해로 82회째를 맞는 전통과 권위가 있는 영어철자말하기 대회. 매년 1000만명 이상 다양한 국적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교육행사다.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주최, 윤선생영어교실 후원으로 지난해 첫 한국인 본선 진출자를 선발한 데 이어 오는 2월 25일 두 번째 본선 참가자를 가리게 된다. 장학금 300만원과 함께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본선행(行) 티켓을 거머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지난해보다 인지도 상승, 열띤 한국 예선전
내셔널 스펠링 비는 미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영어 대회다. 최종 결선은 ESPN과 ABC 방송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다. 매년 900만명 이상이 시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회에 출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어 실력이 검증된다. 우승자에게는 부와 명예가 주어진다.
한국인 본선 진출자를 배출하기 전에도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내셔널 스펠링 비 대회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다. 보성여중 구선영 영어교사는 "10년 전 미국으로 여행 갔을 때 현지에서 내셔널 스펠링 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며 "아킬라 앤 더 비(Akeelah and the bee, 내셔널 스펠링 비 참가기를 다룸)라는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학생들도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현실화 돼 기뻤다"고 말했다.
한국대회를 주최한 윤선생영어교실 박준서 이사는 "철자 익히기는 영어 공부의 기본"이라며 "내셔널 스펠링 비가 영어교육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출전권을 따냈다"고 했다.
대회는 출제자가 출제 단어를 발음하면 참가자가 철자를 한 글자씩 또박또박 발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라운드마다 출제자가 단어를 제시하면 철자를 맞힌 정답자만 다음 단계로 진출할 수 있다. 박 이사는 "첫 회 성공에 이어 두 번째 대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지난해와 비교해 열기가 훨씬 뜨겁다"고 말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이후로 내셔널 스펠링 비 한국 대회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올해 학교 예선 경쟁률이 이를 반영한다. 이달 말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치러질 한국 결선에 참가하기 위해 먼저 치열한 학교 예선을 거쳤다. 예선에만 3만4759명이 참가했다. 대회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두 배 정도 증가한 수치"라고 귀띔했다. 이 중 학교 대표로 선발된 101명이 우승을 놓고 열띤 경쟁을 벌이게 된다. 즉, 결선 우승자는 3만4759대 1의 경쟁을 뚫는 셈이다.
학교 예선전을 총괄했다는 구선영 교사는 "내셔널 스펠링 비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높아져 학교 대표로 선발되는 과정조차 결코 만만치 않았다"며 "방과 후 학교에서 영어 철자 익히기 수업이 운영될 정도로 대회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참가자 열의 다져
벌써부터 지난해 한국 대표로 뽑혀 미국 결승에 참가한 서지원양의 뒤를 이어 '제2의 서지원'이 되겠다는 후배들의 열기가 대단하다. 참가자 이재원(12·서울 잠원초5)양은 "같은 나이인 지원이가 미국 대회에서 전세계에서 모인 친구들과 어울려 영어 실력을 뽐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며 "참가를 준비하면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하는 권기현(14·청심중1)군은 "하루에 한두 시간씩 영어 단어를 보면서 한국 결선을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 대표로 미국 대회에 출전해 영어 인재들과 실력을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회에서 서지원양과 막판까지 우승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 이진석(15·경기 정발중2)군은 "나이 제한으로 올해 마지막 출전인 만큼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영어책을 보면서 모르는 단어를 꼼꼼히 체크해두는 등 멋진 승부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