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재개발구역 철거민 농성을 주도한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의장 남경남씨는 2004년부터 5년간 경찰이 수배 중인 사람이었다. 남씨는 2003년 2월 경기도 고양시 철거예정 연립주택 옥상에서 화염병을 던지며 철거반대 시위를 주도했다가 2004년부터 경찰의 수배자 명단에 올랐다. 그는 그 후로도 2005년 전철연이 개입한 경기도 오산 세교택지지구 철거민 농성을 주도했다. 경찰에 수배당하는 신분이면서도 철거 현장을 누비고 다닌 것이다. 그는 1999년 경찰에 사제 대포를 쏜 혐의로 2년6월 형을 선고받고 징역을 산 일도 있는 사람이다.

이번 용산 철거민 농성도 남씨가 주도했다고 한다. 용산 철거민들은 남씨를 비롯한 전철연 간부들 지도로 '투쟁 자금' 6000만원을 거둬 시너 60통과 화염병 400개, 골프공 1만개 같은 폭력시위 용품을 마련했고 망루도 지었다. 경찰이 남씨를 제때 검거만 했더라도 경찰관 1명을 포함한 6명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되는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남씨가 몰래 숨어 다닌 것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남씨는 작년 3월과 12월 고려대에서 열린 전철연 행사에서 연설을 하는 등 공개적인 활동을 하고 다녔다. 남씨가 수배 상태에서도 5년 동안 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다녔던 것은 경찰에게 남씨를 붙잡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입만 열면 폭력시위 주동자들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사제 대포까지 쏘아댔던 폭력단체 대표는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군포 실종 여대생 납치살해 사건 범인은 사건 현장 일대 CCTV에 찍힌 7000대 차량을 일일이 추적해서 36일 만에 체포했다. 경찰이 그런 뚝심과 의지의 100분의 1만 보였더라도 남씨는 진작에 검거됐을 것이다.

지난 정권 때야 경찰이 좌파 단체들 눈치를 보는 정권의 심기를 살피느라 남씨 같은 사람 검거에 무관심했다는 말이 통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 정권 들어 1년이 다 돼가도록 남씨를 내버려둬서 이번과 같은 일이 벌어지게 만든 경찰의 직무유기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남씨와 전철연 간부들을 둘러싸고 "철거민과 건설사 양쪽으로부터 뒷돈을 받았다"거나 "재개발 정보를 입수해 알박기 투기를 해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경찰은 하루빨리 남씨 등을 검거해 이런 소문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