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니즘, 너굴맨, 판다안무…’

UCC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이 애칭들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네티즌들은 가수가 신곡을 발표하는 것만큼이나 이들의 동영상 업데이트를 기대한다. “중독된 건지 내가 왜 자꾸 이걸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너무 귀여워 잡아먹고 싶다” 등 댓글을 달며 즐거워하는 이들도 있다.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에서 프로 못지 않은 열정을 내뿜는 UCC 스타, 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티즌 사이에서 '판다 Gee'로 유명한 이경찬군이 판다 복장 입고 찍은 동영상의 한 장면.

◆ '평범한 건 No!' 네이버의 스타 Panda 이경찬군
(UCC 주소 : http://video.naver.com/2009011410401432486)

첫 번째 올린 UCC에 5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어서 올린 동영상은 12만이 넘는 이들이 감상했다. 이달 14일 공개한 영상도 네이버 동영상 일간 베스트에 오르고 메인 페이지에도 소개됐다. 네티즌 사이에서 ‘판다 Gee’는 이미 유명하다.

주인공은 충남 천안에 사는 이경찬(19)군이다. 이 군은 “처음에는 동영상 편집을 연습하려고 만든 건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며 인터넷 동영상으로 춤추는 모습을 공개한 사연을 밝혔다. 굳이 판다 복장을 하고 등장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네티즌이 올린 UCC를 보다가 판다 옷을 입은 모습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라고 답했다.

“UCC를 만들 때 ‘남들과 뭔가 다르게 하자’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이경찬 군의 원칙은 ‘독특함’이다. 놀이터, 아파트 뒷길 등을 배경으로 삼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밖에서 촬영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지나가던 분들이‘쟤는 뭐 하는 아인가’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실 때는 좀 민망하기도 해요.”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이후 악플도 많았다. 이 군은 “남자가 여자들이 추는 춤을 춘다고 비난하는 경우가 제일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잠시 제 동영상을 보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는 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UCC를 끝으로 제작을 잠시 중단할 생각이다. “수능을 마치고 나면 마음 편히 다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가 이유다. 이 군은 “22일에 올린 이효리의 유고걸 UCC가 마지막 영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걸었다”는 유고걸 UCC에서 이 군은 춤뿐 아니라 화려한 편집 솜씨까지 자랑한다.


◆'표정이 살아있다!' 다음 TV팟 너구리 진형규 군
(UCC 주소 :http://tvpot.daum.net/my/MyClipView.do?ownerid=NJYokUKYyH90&clipid=12650103&order=date&svcid=8&page=1&idx=2&totalcnt=13)

‘너굴맨’ 진형규(19)군의 인기는 온라인 상에서 변함이 없다. 지난 12일 올린 진 군의 ‘Gee’ UCC는 25만 번의 조회수, 11일에 올린 유고걸 동영상도 10만 클릭이 넘었다. 어떤 네티즌은 “방송(SBS ‘스타킹’)에 빨리 나가세요!” 라고 재촉하기도 한다.

너굴맨은 중학교 3학년 축제 때 가수 아유미의 ‘큐티 하니’ 춤에서 탄생했다. 그 후 1년 동안 춤을 연습하던 그는 2007년 말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주최하는 ‘텔미 이벤트’에 응모했다. 진 군은 “원더걸스와 식사 한 번 해보고 싶어서 참가했는데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며 “그 때문에 몇 개월은 UCC를 쳐다 보지도 않고 지냈다”고 말했다.

작년 3월부터 올린 동영상은 10여 개. 배경은 대부분 학교다. 요즘에는 비어 있는 3학년 교실에서 찍고 있다. 교실만이 아니다. 그는 “교무실에서 선생님들께 업무 보는 척 해달라고 부탁 드리고 촬영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창피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원래 악플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며 “칭찬을 더 오래 기억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최근 그는 케이블 방송 엠넷의 '소녀펀치'에 출연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도 춤을 가르칠 정도의 실력이다. 그는 "주로 TV 프로그램 동영상을 보고 연습한다"고 했다. "가끔 카메라 워크 때문에 안무가 보이지 않을 때는 난감하다"고 했다.
너굴맨의 UCC는 계속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그는 "사람들이 저를 '누구보다도 표정이 살아 있는 춤꾼'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싸이월드 유식니즘 김유식씨
(UCC 주소 : http://minihp.cyworld.com/28111940/346189241)

“멸치가 파닥거린다는 악플을 보고 눈물 흘린 적도 있었어요”그의 동영상에는 악성 댓글이 많이 달린다. 하지만 김유식(30)씨는 이제 악플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그는 “악플 주인공들 미니홈피를 가보면 착하고 평범한 분들”이라고 했다.

지난해 4월부터 싸이월드에 등장한 그의 UCC는 많은 네티즌들의 호응을 받았다. 특히 가수 비의 ‘Rainism’의 노래와 안무를 직접 한 동영상에는 400건에 육박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김 씨는 “취미 삼아 혼자 촬영해 둔 것들인데 인터넷에 올리면 어떤 반응이 올까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UCC를 ‘가내수공업’이라고 했다. 준비부터 촬영까지 모든 작업이 집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김 씨는 “춤 연습도 100% 집에서 한다”며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다 보니 한여름에는 창문을 못 열어서 힘들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알맞은 의상 찾기가 어려웠다”며 “이제는 직접 개조해서 입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토록 열성적으로 춤 UCC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좋아하니까요. 춤과 노래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고 욕을 먹을 일은 아니잖아요.”그는 “노래와 춤을 동시에 보여주는 UCC는 내가 처음”이라며 스스로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지난 21일에 올린 그룹 빅뱅의 ‘붉은 노을’ UCC를 두고 그는 “3일 간 열심히 만들었지만 빅뱅의 곡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