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운드 플레이어 vs 현란한 펀치테크닉.'

격투기 팬들은 설날 하루 전인 25일(한국시각)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격투황제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의 경기가 오전부터 펼쳐진다. 게다가 효도르의 상대는 이미 예전부터 황제를 끌어내릴 유일한 후보라고 평가받았던 안드레이 알롭스키다. 많은 팬들이 효도르의 승리를 예견하고 또 바라고 있지만 "언제나 이변은 있을 수 있다"며 조심스레 알롭스키의 승리를 점치는 팬들도 많다. 뜨거운 관심이 집중돼 있는 만큼 둘은 벌써부터 언론플레이를 통해 서로를 자극하는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MMA의 정석 효도르가 유리한 이유

현재 격투계는 이종격투가 아닌 MMA(Mixed Martial Arts=종합격투)다. 타격과 그라운드, 서브미션 모두 평균이상의 능력을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전혀 성격이 다른 이 세 타입을 한꺼번에 소화한다는 것은 힘들다. 예를 들어 복싱을 하던 사람이 발차기가 부족하다고 느껴 태권도를 배운다 한들 주먹과 발 모두 고수가 될 수는 없다. 태권도 특유의 스텝을 밟으면서 복싱의 펀치스피드와 파워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여러가지 스타일을 자신에게 맞게 응용하는 선수만이 강자가 될 수 있다. 효도르는 바로 이런 점에서 강점을 가진다.

효도르의 스탠딩 타격은 확실히 현란한 테크닉을 보여주지는 못 한다. 하지만 훅의 궤도가 좋아 방어가 힘들고 가볍게 휘두르다가도 타격 순간 어깨와 허리를 돌려주며 파워를 집중시키기 때문에 한방의 파괴력이 크다. 게다가 허리회전 스피드가 좋아 이런 훅이 좌우연타로 들어가며 특기인 파운딩 펀치를 날릴 때 장점이 극대화된다.

게다가 효도르는 타격이 되는 순간 순식간에 상대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스텝을 가지고 있다. 거리를 좁히며 추가 타격이 들어간 후 그라운드로 전환해 파운딩 펀치나 서브미션 기술로 결정짓는 과정이 마치 한동작처럼 부드럽게 이어진다. 지난해 M-1 어플릭션 첫 대회에서 거구의 UFC 전챔피언 팀 실비아를 30여초만에 침몰시킨 장면은 효도르가 타격, 그라운드, 서브미션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전히 재구성했다는 증거였다. 게다가 효도르는 상대에 따라 이런 패턴을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는 적응력도 가지고 있다.

▶UFC 최고의 펀치테크니션 알롭스키가 유리한 이유

알롭스키를 언급하려면 그의 트레이너 중 한명인 프레디 로치를 빼놓을 수 없다. 복싱 트레이너로서 세계 최고임을 인정받는 로치는 복싱 사상 최고의 테크니션 중 한명인 오스카 델라 호야를 키워냈고 또 매니 파퀴아오라는 괴물 복서를 만들어내 호야를 격파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결국 알롭스키의 최고 장점은 로치로부터 전수받은 펀치 테크닉과 스탠딩 타격에서의 수많은 경기 노하우다.

실제로 알롭스키는 로 킥에서 이어지는 오른손 훅, 왼손 잽, 오른손 스트레이트 등 빠른 연타를 주무기로 하며 접근전에서는 강력한 어퍼에서 이어지는 좌우 펀치 연타가 일품이다. 그라운드보다는 스탠딩에서 KO를 이끌어내는 스트라이커에 가깝다.

알롭스키가 효도르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 타격 덕분이다. 궤도가 크지 않고 짧고 탄력있게 끊기는 타격은 상대가 쉽게 접근을 할 수 없게 만들어 경기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효도르가 훅이나 태클로 압박하기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경기는 의외의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문제는 테이크다운 방어력을 얼마나 보강했는가 하는 점. 알롭스키가 테이크다운을 쉽게 당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일단 효도르에 의해 그라운드 상태로 가버린다면 더이상 펀치와 스텝을 쓸 수 없는 만큼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여러가지 변수도 있다. M-1은 옥타곤이 아닌 링에서 경기를 펼치는 만큼 프라이드에서 주로 싸워왔던 효도르에게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고 지난해 11월 효도르가 삼보 대회에서 패하며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듣는 것은 알롭스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 섣부른 결론은 이르다. 격투기는 '아차'하는 순간 이미 승부가 나는 스포츠다. 올해 가장 큰 격투계 메인이벤트 중 하나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