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을 마취해서 납치한다. 어른들만 드나드는 클럽에 버젓이 출입한다. 술집을 통째로 빌려 파티를 벌인다. 맘에 안 드는 친구에겐 밀가루를 뿌리고 계란을 던진다. 친구를 모함에 빠뜨리기 위해 여관에서 옷을 벗기고 사진을 찍는다. 탈선 청소년 영화 줄거리냐고? 요즘 KBS 2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내용이다. 일본 만화를 바탕으로 했으므로 '만화 같은 전개'는 당연하지만, 한편에선 우리나라 현실을 지나치게 무시한 드라마라는 지적도 많다. 청소년이 열광하는 드라마인 만큼 '사회적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꽃보다 남자' 주인공들…알고 보면 모두 범법자?
'꽃미남' 모임인 F4의 리더이자 대한민국 대표재벌 '신화' 그룹의 후계자로 설정된 '구준표'(이민호)는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최고급 외제 스포츠카를 몰고 다닌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인 사람'은 운전면허(승용차용)를 취득할 수 없다. 고등학생이 운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도로교통법 위반인 셈. 이런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일까? 드라마 홈페이지엔 네 남자 주인공의 나이를 19~20세라는 식으로 애매하게 표기해 놓았다. 그러나 실제 대부분의 고교생은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못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금잔디(구혜선)를 미워하는 마음에 마취를 하고 납치해서 옷을 벗기고 사진을 찍는 것은 형법상 특수체포 및 감금죄를 위반한 것뿐 아니라 성폭력범죄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를 어긴 경우다. 종로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최원석 경사는 "사람을 체포 감금한 경우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데, 여럿이 마취시켜서 사람을 끌고 갔다면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금잔디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 친구들이 단체로 밀가루를 뿌리고 소화기를 쏘거나 계란을 던지는 건 형법 제261조를 위반한 '특수폭행죄'에 해당한다.
F4 주인공들이 버젓이 클럽을 드나들고 술집을 빌려 파티를 벌이는 것 역시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유해업소를 드나들 수 없도록 한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다.
◆교복 안 입고 호텔 드나들고…"정말 저래도 돼요?"
지난 14일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질문.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요?"
올라온 답변들은 하나같이 이런 식이다. 'F4가 학교에 사복을 입고 다니는 건 학교 규정에 어긋납니다. 2번 이상 사복을 입고 올 시엔 징계 또는 정학조치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학여행비를 2000만원이나 들여 장기간 유럽일주를 하는 건 수업일수를 채우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도 '꽃보다 남자'가 지나치게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호텔을 드나들고, 고급 리조트를 마음껏 예약하는 것도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인터콘티넨탈 호텔 홍보팀 김현숙씨는 "미성년자는 보호자가 함께 동행하지 않는 이상 호텔 숙박 예약을 할 수 없다. 아무리 재벌집 도련님이라고 해도 불가능한 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