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려원이 난생처음 손에 칼을 잡았다. SBS 드라마 '자명고'에서 여성 영웅의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가녀린 팔목으로 2kg 이상의 단검의 무게를 지탱하기란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젠 자유자제로 칼을 휘두른다. "많이 익숙해졌다"는 주변의 칭찬까지 들을 정도다.

몸무게도 2kg이나 늘었다. 정려원은 15일 오후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서 사극은 체력싸움이 중요하다. 오늘 새벽에도 촬영을 했더니 이게 추위한테 후두러 맞는 듯 장난이 아니더라"라며 "밥이 보약이란 말이 진짜 맞는 것 같다. 그냥 앉아서 하는 사극이 아니라 액션을 하는 사극이기 때문에 내가 제 몸을 스스로 챙기지 않는 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구 먹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려원이 맡은 자명고는 낙랑국의 왕 최리와 제1부인 모하소 사이에서 태어난 왕녀이자 구국의 신탁을 받고 태어난 영웅이기도 하다. 정려원은 극 중 사랑하는 사람에게 칼을 들이대는 매서운 눈빛을 연기한다. "큰 뜻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제 칼을 들이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난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대의를 위해 태어난 사람들은 외롭운 법이다"라며 "어렸을 때는 슈퍼맨이나 배트맨이나 액션히어로를 보면서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영화 '다크나이트'를 보면서그들에게는 사랑이란 사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유는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사랑은 배제 할 수밖에 없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칼을 뽑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MBC 드라마 '내사랑 김삼순'에 출연해 연기 신고식을 치룬지 어느덧 3년 반이란 시간이 흘렀다. 제법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정려원은 어느새 드라마 타이틀롤이란 자리까지 꽤 차며 그 매력을 인정받고 있다. 당시 상대역 다니엘 해니도 스크린에서 선정중이다. 정려원은 최근 자신의 CF 현장에 찾아온 다니엘 해니를 맞이했다. 그는 "그냥 친구들이 만나서 하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 그 친구와는 자주 통화하는 사이다. 배우는 것 좋아하고 도전하는 것 좋아하고 나와 마인드가 비슷한 점이 많다. 예전엔 만나서 작품이야기도 나누고 대본에다 낙서도 하면서 놀기도 했다"며 "우리가 현재 (주인공)이란 것도 맡고, 사진을 올리면 바로 몇 분 안에 반응도 오는 것을 보면서 감탄을 많이 한다. 다니엘은 아직도 겸손함을 잃지 않은 친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려원은 현재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 인근에 위치한 야외세트장에서 밤낮없이 촬영에 매진중이다. 힘든 점을 물었다. 그는 "이 추위를 어떻게 하면 이겨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결국 핫팩을 사용중이다. 다행히도 아래는 펑퍼짐해서 괜찮은데 상체엔 등판 목뒤 허리 이렇게 3장정도 사용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정려원 외에도 정경호 박민영 등이 출연하는 SBS 드라마 '자명고'는 낙랑공주가 고구려 호동왕자를 위해 낙랑군의 신기 '자명고'를 찢어 낙랑군을 멸망시킨다는 설화를 변형시켜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를 다룬 역사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