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박태준 명예회장이 물러난 이후 포스코의 역대 회장 대부분이 새 정권이 들어설 때에 맞춰 교체됐다.

박 명예회장은 1992년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직을 거절하고 민자당을 탈당해 김 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에 놓였다. 결국 박 명예회장은 포스코(당시 포항제철) 회장직을 황경로 부회장에게 넘겨주고 도피성 외유를 떠났다.

황경로 전 회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1993년 3월, 취임 6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황 전 회장은 이른바 '박태준 사단'으로 분류된 인물이다. 황 전 회장의 사임은 박 명예회장과 포철의 연결고리를 확실하게 단절하겠다는 김영삼 정권의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황 전 회장의 후임인 정명식 회장도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지 1년여 만에 물러났다. 김영삼 정부 실세들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조말수 사장과의 알력설이 불거지며 낙마했다. YS정부는 이를 계기로 1994년 3월 김만제 전 경제부총리를 포항제철 회장에 취임시켰다. 김 전 회장은 '사상 처음이자 유일한 외부 인사 출신 회장'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전까지 회장에 오른 사람은 모두 사장-부회장-회장 순으로 단계를 밟아 승진했다.

김 전 회장은 4년간 포스코를 맡았으나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인 1998년 3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DJP(김대중·김종필)연합'으로 탄생한 김대중 정권이 포스코 수장을 유상부 회장으로 교체한 것. 유 전 회장 취임에는 박태준 자민련 총재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유 전 회장도 '박태준 사단'으로 분류된 인물이었다.

유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3월부터 2003년 3월까지 5년간 포스코를 맡았다. 그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03년 3월 이구택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그가 퇴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 타이거풀스 주식을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하도록 계열사에 지시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