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연세대 수시 2-2 일반전형에서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한 기아영(19·광주 동아여고 졸)양과 이동현(19·서울 반포고 졸)군은 닮은 점이 많다. 기양은 반수, 이군은 재수로 합격한 케이스다. 내신이 상위권에 들지 않았지만 '밑져야 본전'이란 마음으로 수시에 지원했다가 덜컥 합격했다.

재수의 부담감을 안고 공부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두 사람은 긍정적인 생각을 놓지 않았다. 기양은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오자 공부에 대한 의지를 가다듬고 매진했다. 이군은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열심히 공부하고도 막상 모의고사 성적이 제자리 걸음일 때도 "수능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며 다독였다. 그리고 스스로를 믿고 내달렸다.

"내 몸에 맞는 공부시간을 찾아라"

서울지역 모 여대를 다니다 반수를 결심한 기양은 학원 대신 집에서 공부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얼리 버드(early bird)'형 타입이 아니었다. 아침 잠이 많아 오전에는 공부가 되지 않았다. 밤이 돼야 눈이 말똥말똥해졌다.

오전에는 인터넷 강의를 들었고 오후에는 복습과 자습으로 8시간 가량을 공부했다. 늦게 시작한 만큼 짧은 시간에 정확한 개념습득이 필요했다. 개념은 인강을 통해 정리했다. 특히 외워야 하는 과목(사탐)은 시간을 아껴야 했기에 조금 빠르게 돌려 강의를 들었고 강사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았다. 무조건 외우기보다 큰 흐름을 살펴 이해했다. 또 심화문제로 곧장 나아가기 보다 개념 위주의 기본문제를 중심으로 문제를 풀었다.

기아영양

오후에는 인강에서 강조하는 언어, 수학, 외국어영역 포인트를 중심으로 공부했다. 인강 강사가 체크해주는 사항을 중요도에 따라 펜 색깔을 달리해 정리했다. 예를 들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빨간색, 강사가 정리해준 부분은 파란색, 그녀가 따로 정리하거나 강사가 지나가는 말로 언급한 내용은 검은색으로 썼다. "색깔별로 정리하면 다음에 다시 공부할 때 어떤 부분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쉽게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대신 어지럽지 않게 3가지 색 이상은 쓰지 않았다.

잠시 고3 시절로 돌아가 보자. 그녀의 모의고사 성적은 대체로 2등급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그해 6월 모의고사에서 1등급이 나와 자신도 깜짝 놀랐다.

자신감이 생겼고 다가오는 여름방학을 기회로 삼았다. 조금 뒤처졌던 수학을 공략하기로 마음먹고 주말 마다 과외공부를 했다. 기출문제 중심으로 문제를 풀었다. "문과였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 보다 기본 문제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학생들은 수학을 단기간에 잡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기지만 오히려 다른 과목에 비해 단기간 잡을 수 있는 과목"이라고 강조했다. 여름방학이 지난 뒤에도 1등급 성적은 유지됐다.

"방학동안 큰 욕심 부리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올리고자 하는 과목 하나를 택해 정복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세요. 그리고 자신만의 생활 계획표를 짜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만의 학습기록장으로 승부

내신 4등급인 이동현군은 눈물겨운 공부 끝에 결실을 이뤘다. 오전 7시50분까지 재수학원에 등교, 밤 11시30분까지 공부했다.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학습기록장을 만들어 공부계획 이행여부를 분(分)단위로 체크했다. 만족했다면 'A', 보통이면 'B', 실망스러우면 'C'로 기록했다. 수능일이 다가올수록 B, C보다 A가 많아졌고 성적이 크게 올랐다. 페이스를 잃지 않은 것은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뒤늦게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 입학한 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공부를 같이 했다. "아버지가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열심이셨다"며 "아버지를 본받아 흔들리지 않고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동현군

언수외탐 가운데 수리영역의 성적은 원칙을 세워 공부한 덕분에 기복이 없었다. 절대 답지를 안 본다는 원칙을 지켰다. 한 문제를 두고 3~4시간 가량 씨름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시간 낭비라 생각하지 않았다.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얼른 답지를 보면 공부가 될 것 같지만 금세 잊어 버린다"며 "반면 어려운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으면 그만큼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또 "문제를 풀 때 지저분하게 여기저기 풀기보다 줄을 맞춰 차례로 풀이과정을 써라"고 충고했다. 지저분하게 풀면 검산하기도 힘들고 기본적 사칙연산조차 틀린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언어영역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재수시절, 언어영역 첫 모의고사에서 바닥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수능 전날까지 하루 4~5시간씩 언어에 투자했다. 처음에는 비문학 지문에 실린 문장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었다. 여름 이후부터는 전체 지문주제를 파악하며 읽는 연습을 했다. 마지막으로 수능 한 달 전부터는 기출문제를 종류별로 나눠 그 의도를 파악하려 노력했다. "언어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친구를 따라다니며 괴롭힐 정도로 질문을 많이 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1년 내내 페이스를 잃지 않다가 수능 열흘 전 슬럼프를 경험했다. 마지막 모의고사의 언어영역 성적이 최악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자신을 다독였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 노력했어요. '괜찮아 수능에서 틀릴 것 미리 그르친 것이야'하고 생각했어요. 그랬더니 정말 맘이 편해졌고 대입 합격까지 선물로 받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