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람이 세차던 지난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마포' 마해영을 만났다. 지난 95년 롯데에서 데뷔한 마해영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삼성 이적후인 지난 2002년엔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하며 우승 청부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FA 선언 이후 KIA 유니폼을 입었고, LG로 다시 트레이드되는 등 굴곡많은 야구 인생을 경험했다.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친정팀인 롯데에 다시 돌아왔지만 2군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시즌 후 방출 통보를 받은 마해영은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대만 진출을 노렸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자 결국 은퇴를 결심했다. 마해영은 올시즌부터 케이블 방송국에서 해설가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다. 벨벳 재킷과 감색 바지로 깔끔하게 차려입은 마해영은 인터뷰 내내 예비 해설가답게 조리있는 말솜씨를 자랑했다.

-은퇴를 하게 됐습니다. 아쉬움이 많을 것 같은데요.

▶돌이켜보면 FA가 되고나서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FA를 영입했으면 많이 써먹어야 할텐데 저는 부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오히려 기회가 줄어들었습니다. 가는 팀마다 꼴찌를 했고, 성적이 좋지 않으니 이때다 싶어 구단들은 세대교체를 하더라구요. 조금만 부진하면 2군으로 보냈습니다. 프랜차이즈 스타도 아니고 굴러들어온 돌이 어리버리하니까 기회를 주지 않더군요.

-올해 롯데에서도 크게 활약을 못했습니다.

▶최동원 선배도 돌아오지 못한 고향팀에 저는 다시 돌아왔습니다.(마해영은 지난 99년에 발족한 프로야구 선수협회에 참여했다가 롯데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저는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싶었는데 구단과 생각이 달랐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영어 표현을 총동원해 로이스터 감독에게 두 달만 기회를 달라고 줄기차게 부탁을 하기도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배트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이 질문에 마해영은 발끈하며 도대체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반문했다. 야구 전문가들로부터 들었다고 하자 한숨을 푹 내쉬더니 찬찬히 설명을 해주겠다고 했다.

▶만약에 진짜 배트 스피드가 떨어졌다면 상대 투수가 빠른 공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투수들은 제가 타석에 나가면 변화구나 도망가는 피칭으로 승부를 했습니다. 배트 스피드가 떨어졌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거죠.

-그렇다면 뭐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까.

▶예전에 장채근 코치님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백업포수를 할 때 오랜만에 타석에 나가서 아웃이 되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딱 맞더라구요. 주전에서 밀리고 나서부터는 조바심이 생기는데 그게 가장 큰 적이었습니다.

-선수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롯데 시절이던 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 호세가 퇴장을 당한 뒤에 5회 동점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그때랑 삼성 소속이던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게 가장 짜릿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둘다 대구구장에서 밀어친 홈런이네요. (웃음)

-반대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야구만 놓고 보면 2003년 시즌 이후 FA를 선언하고 팀을 옮긴 것이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당시 김응용 감독님은 저 놈은 그냥 놔둬도 알아서 한다고 하시면서 믿고 맡겨주셨습니다. 한달씩 못쳐도 꾸준히 주전으로 내보내주셨죠. FA 자격을 획득했지만 삼성은 당시에 (이)승엽이를 잡는데 총력을 기울이다보니 저한테는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이었던 KIA행을 선택한 겁니다.

-은퇴 경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최동원 선배, 선동열 감독 등 유명했던 선수들은 은퇴식을 못했더라구요.

마해영은 이런 전통을 잇기 위해서 은퇴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한 뒤 곧바로 "이건 농담이니 기사엔 넣지 말아달라"며 환하게 웃었다.

은퇴식을 통해서 팬들에게 인사하는게 도리라고 생각은 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밖에 나가면 팬들이 마해영 선수라고 부릅니다. 저는 선수로 불리는 게 좋은데 은퇴식을 하고 나면 선수라고 불러주지 않을 것 같아서 은퇴식을 하기가 싫습니다. 게다가 팬들이나 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참을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구요.

-가족들도 많이 서운할 것 같은데요.

▶큰 아들이 6학년인데 며칠전에 저에게 '아빠 운동하러 못 가?'라고 물어보는데 솔직히 눈물이 났습니다.

-KIA에서 4년간 28억원을 받았는데 그렇다면 삼성의 제시액은 얼마였습니까.

▶3년간 18억원이었습니다. 그리고 KIA에서 (옵션을 달성하지 못해 못 받은 것을 제외하면)실제로 제가 받은 액수는 20억원 정도입니다.

-20억원으로 재테크는 어떻게 했는지.

▶LG 소속일 때 살던 서울에 아파트가 하나 있구요. 삼성 시절 구입했던 대구에 아파트가 하나 있습니다. 지금은 또 부산에서 전세를 살고 있구요. 그럼 대충 계산이 나오죠? 대구에 있는 아파트는 1년째 팔리지가 않아서 빈집으로 있습니다. 미국 유학을 생각했었는데 대구 집이 팔리지 않아 포기했습니다.

사직구장에 바람에 많이 불어 롯데 라커룸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해영은 자신의 라커에 이미 이름표가 없어진 것을 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올시즌 롯데 경기만큼은 재미있게 해설할 자신이 있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계획? 공부 계속해서 학생들 가르쳐 보고 싶어
 
-지도자가 아닌 해설가로 변신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대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5학기째이고 논문만 통과하면 석사 학위를 받습니다. 논문은 '야구 트레이닝 방법'에 관한 내용이구요. 박사까지 하고 싶습니다. 코치 생활을 하면 시간이 너무 없습니다. 공부를 하기 힘들죠. 그래서 해설가로 활동하면서 학업을 계속 이어가려고 합니다. 학교에서 학생들도 가르쳐 보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구단 프런트 업무도 맡아보고 싶습니다.